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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일에스피 이종근 대표
보통 분무기라고 하면 작은 분무기를 생각하기 쉽다. 다림질을 할 때나 화초를 가꿀 때 사용되는 작은 분무기는 한손에 들고 사용하는 생활용품이다. 그러나 농부들이 사용하는 분무기는 다르다. 보다 크고 종류가 다양하며 청소, 소독, 살수 등 다양한 곳에 사용이 된다. 분무기만큼 농사에 필수적인 제품은 없다. 그만큼 생산도 많이 이루어진다. 한일에스피의 이종근 대표의 말을 들어 보았다.
“우리 공장도 농사일과 비슷해요. 물건이 팔리는 날이 대략 100일 정도 되거든요. 4월과 5월, 6월에 물건이 팔리고 7월부터 제품판매가 되지 않아요. 구제역이 있고 그러면 축사 소독 같은데 더 사용이 되기 때문에 소비가 더 됩니다. 그래도 분무기는 예나 지금이나 4월에 풀이 나면 쓰기 시작하고 제품이 팔리는 계절이 아닌 겨울이나 가을에는 부품을 제작하고 생산하곤 합니다. 매년 해오던 것이 어느덧 30년이 넘었네요.”
농사꾼에게는 만원 한 장도 귀한 돈이다. 그런 돈을 받고 제품을 판매하기에 한일에스피는 제품의 품질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산 제품에 밀려 사라진 국내공장은 한 둘이 아니다. 그러나 한일에스피에서 생산된 분무기는 중국산 분무기의 공세 속에서도 건재하다. 이종근 대표가 중국산과 비교해 크게 비싸지 않으면서 품질은 월등히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산 제품과 단가경쟁을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어요. 보다 적은 시간과 노력으로 제품을 많이 생산하기 위해 시설투자를 하고 자동화 설비도 도입했습니다. 중국산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죠. 중국이 저렴한 노동력으로 저가 공세를 펼친다면 우리는 기술과 자동화 설비로 저렴한 가격을 맞추는 거죠. 중국에서 생산하는 분무기 가격이 1만원 할 때 우리는 2만원까지는 괜찮아요. 1만원에 중국공장에 생산된 제품은 중간 유통업자의 마진이 붙고 관세도 붙습니다. 거기에 육상운송비가 붙고 소매 마진까지 붙으면 중국산도 가격이 많이 올라갑니다. 1만원에 제품 들어와도 결국 중국산 소비자 가격은 1만 8천원이 되고 국산 제품은 2만원이라면 소비자들은 국산제품을 쓰죠. 품질차이가 나니까요.”
모든 중국산 제품은 아니지만 저렴한 중국산 분무기는 한일에스피의 분무기에 비해 품질이 조악하다. 특히 햇빛에 내어 놓고 난 후가 달라진다고 한다. 한일에스피에서 생산한 분무기는 약품처리를 하여 강한 직사광선에도 제품의 성능이나 형태가 유지되지만 저렴한 중국산은 내구도가 크게 떨어지거나 작은 충격에도 깨어진다고. 쉽게 부서지는 분무기는 거친 환경에도 버텨야 하는 농업용으로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워낙 품질이 좋았기에 농협의 직원들이 농협에서 파는 상품으로 등록하자는 말이 먼저 나왔다. 그렇게 한일에스피의 제품들은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농협을 통해 판매되었고 시장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제품도 개발하였다.
“농협 본사와 저희 회사가 봄마다 계약 체결을 합니다. 그럼 농협에서도 제품 코드번호를 주지요. 코드번호를 통해 전국 농협에서 주문이 이루어지고 저희는 그곳에다 가져다줍니다. 농협은 각 면단위마다 없는 데가 없고 지점이 적자가 나더라도 직원이 붙어 있어요. 다른 농기계판매처는 시장논리로 사라지더라도 농협지점만큼은 남게 되더라고요. 농협은 본부가 있고 지역 본부가 있어요. 지역본부에도 군단위 본부가 있고 지구 밑에 분소가 있죠. 그렇게 잘 연결을 해서 판매처가 늘어난 거죠. 그 외에도 대형 공구유통업체와도 거래를 하여 전국 농촌지역 공구상에도 제품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한일에스피는 믿을 수 있는 업체와만 거래를 하고 있는데 그것은 충실한 AS를 위해서다. 고객을 위한 사후 서비스는 어느 대기업 제품 못지않다.
(주)한일에스피는 고객이 제품에 불만이 있다면 100% 교환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것이 고객의 신뢰를 받게 된 이유다. 농사도 시간싸움이다. 때를 놓치면 1년 농사를 다 망치게 된다. 병충해가 돈다면 재빨리 농약을 뿌려야 하고 가축 전염병이 돈다면 축사 소독을 해야 한다. 제품에 문제가 생긴다면 바로 교환을 해야줘야 하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할 상황도 많이 생긴다.
“아무래도 농촌 어르신들이 많이 사용하는 물건입니다. 교환을 하려면 구입처에서 교환을 해야 하는데 어디서 사셨어요? 물어보면 아들이 사줘서 모른다는 경우도 있죠. 술을 드시고 전화하셔서 불만만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구요. AS기사한테 물어보면 또 그 물건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는 경우도 있어요. 물이 새서 교환을 해줬는데 와서 보면 사용법 미숙이거나 조립법 미숙으로 교환되는 경우도 있죠. 그래도 우리가 교환도 해드립니다. 교환은 다해줘야 해요. 지금은 옛날이랑 달라서 소비자들이 다 알아요. 믿음을 안주면 나쁘다는 소문 금방 나죠. 동네 이장님이 분무기 한대 새로 사서 쓰다가 새참으로 먹은 술김에 새로 산 분무기 자랑을 해요. 그럼 동네 사람들이 ‘이장님이 좋대 좋대’ 그러면서 다음날 전부 장에 가서 그 분무기를 다 사요. 그런데 고장나서 고쳐달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AS가 잘 안되잖아요? 그럼 이건 천하에 몹쓸 물건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잘 고쳐줘야 하는 거고요. 잘 고쳐드리면 그럼 또 대단히 훌륭한 물건이라면서 또 좋아하세요. 그래서 고객님들 실망 안시켜드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어느 제조업이나 마찬가지지만 (주)한일에스피도 신제품 개발에 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많은 비용을 들여 제작한 시제품을 가지고 많은 실험을 하지만 사용은 고객이 하고 제품에 대한 판단도 고객이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무조건적인 대량생산은 하지 않고 소비자의 반응을 살핀다.
“시제품을 만들고 여기서도 충분한 실험을 해요. 여기서 실험을 하면 다 잘되요. 아무리 봐도 문제가 없어 잘된다고 느껴요. 문제는 소비자에게 나갔을 때 하자가 터져요. 최대로 살펴봐요. 꿈에도 생각 못하는 하자가 나오고 그래요. 보니까 1년 정도 사용해 보면 계절기온에 따라 철과 플라스틱부분에서 늘어나는 부분과 줄어드는 양이 다릅니다. 그렇게 기계가 고장이나죠. 만약에 10만개 주문이 들어와서 제품 생산을 했는데 아무도 생각 못했던 하자가 발생하는 거예요. 그럼 10만개 손해 아닙니까. 회사가 멀쩡한데도 망하는 이유가 그런겁니다. 저희는 첫 제품은 처음 1년간 500대 이상은 안 만들어요.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풀어서 하자 여부를 판별합니다. 일단 500대만 만들어서 팔아요.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해도 회수할 수 있거든요. 신제품을 뿌릴 때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봐요. 연구 실험 다 해도 우리가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요. 최종 판단은 고객이 하는 겁니다. 여기서는 실험을 해도 수돗물로 실험을 하는데 농촌에서는 계곡물 시냇물로 사용을 하거든요. 도랑물을 퍼다가 쓰기도 하죠. 그럼 풀잎이랑 돌이랑 모래랑 이것 때문에 막힐 것이 아닙니까. 그런 생각도 못한 상황도 염두해 두고 제작을 해야 하더라고요.”
배낭형 분무기 같은 경우 농부들이 메고 다니다가 땅에 던지듯이 내려놓는 경우가 많다. 그런 충격에도 제품이 깨어지지 않도록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주)한일에스피는 노력을 하고 있다. 농민의 입장에서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만들고 철저한 AS로 고객마음을 사로잡기에 거센 중국 제품의 공격에도 시장점유율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