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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특허로 세계시장 ‘똑똑’ 국내 최대 도어록 생산기업 정화테크



국내 최대 도어록 생산기업 정화테크

미국 특허로 세계시장 ‘똑똑’


역사가 가장 긴 도어록, 국내 1위 도어록 생산, 품질로 미국 시장을 개척한 제조사. 정화테크를 나타내는 수식어들이다. 1968년 ‘정화금속’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정화테크는 도어록 제조가 가장 활발한 대구에서 제일 오랜 기술력과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도어록은 춘추전국시대 … 기술과 변화로 굳건한 1위

“국내 도어록 생산량의 90%를 대구가 차지하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정화테크가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죠.”
대구는 도어록 특화사업도시라고 할 정도로 도어록 제조사들이 많다. 정화테크, 현대디엘, 엔젤금속 등 도어록 시장에서 손꼽히는 기업들이 이곳에 몰려 있다. 그 중에서도 정화테크는 일본의 한 제조회사와 합작해 가장 먼저 도어록을 생산해냈고, KS인증을 받았다.
사업 초기만 해도 크지 않던 도어록 시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생산자가 급격히 불어났다. 현재 도어록은 ‘춘추전국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어록 제조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 단순하게, 적은 개발비를 들여 만들어 낼 수 있게 됐고, 중소제조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중국에서 제품이 들어오기도 하고, 잘나가는 제품을 모방하여 더 싼 가격에 출시하기도 하면서 도어록 시장은 혼탁한 상황. 하지만 정화테크는 그간의 기술력과 경영 노하우를 통해 흔들리지 않는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작년 총 매출은 217억원, 그 중 수출은 85억원을 차지한다. 2000년도 매출이 50억원이었으니 4배 정도 성장한 셈이다. 매년 15%의 성장이 목표다.
1985년부터 정화테크를 이끌고 있는 김석진 대표는 도어록 시장에서 정화테크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생각했다. 변화를 향한 집념은 국내 도어록 시장을 발전시켰다.
“새롭게 바꿀 수 있는 도어록이 많다고 생각해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80년대 당시는 도어록이 대부분 금속 재료의 원통형 제품이었어요. 문고리 전체를 압력으로 돌려 문을 열어야하니까 표면이 잘 벗겨졌어요. 녹이 슬거나 색깔이 변형되죠. 금속 외에 표면이 영구히 벗겨지지 않도록 하는 재질들은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래서 여러 가지 재질과 형태의 도어록을 만들게 됐어요. 지금도 끊임없이 변형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고 봐요.”



소비자에 귀 기울인 대박 제품 ‘팔레스 도어록’

도어록은 크게 원통형 도어록과 레버형 도어록으로 나뉜다. 원통형은 말 그대로 원형 손잡이를 돌려서 열고, 레버형은 손잡이를 아래로 누르기만 하면 열리는 방식이다. 정화테크 레버형 도어록의 독특한 점은 국내에서 가장 작은 각도(20°)로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는 것이다. 타사 제품들에 비해 레버를 적게 내리고도 문을 열 수 있도록 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소비자들이 문을 열 때 레버를 아래로 많이 눌러야 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시더라고요. 현장에 뛰는 영업사원들이 이런 고객의 소리를 듣게 됐죠. 개선의 필요성을 느꼈고 사내 연구소 직원들과 회의를 거쳐 연구개발에 들어가게 됐어요.”
제품 개발을 위해 항상 소비자에게 귀를 여는 습관은 정화테크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정화테크에 가장 큰 성공을 가져다준 제품은 ‘팔레스 도어록’이다. 손잡이에 나무 문양을 접목시켰다. 고급스러우면서도 튼튼하게, 사출방식으로 나무재질의 느낌을 잘 살려 소비자들에게 폭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2002년 팔레스 도어록을 처음 제작할 당시 예상보다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아파트, 원룸, 여관 등 거의 모든 인테리어에 적용할 정도로 대박을 터뜨렸어요. 당시 팔레스 품목 하나만 해도 월 3만개 이상 판매됐고, 그 뒤로는 다른 회사들도 우리제품을 카피해 판매하기 시작할 정도였으니까요.”
납품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킨 팔레스 제품은 정화테크를 지금의 안정적인 궤도에 정착시켜준 일등공신이었다. 이 제품이 히트를 치면서 다양한 디자인과 재질의 제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 정화테크의 도어록 품목은 내수용과 수출용을 합해 100가지가 훨씬 넘는다. 가장 최근 개발한 제품은 대나무질감이 나는 원목, 도자기, 대리석을 활용한 도어록. 국내 시장에 맞는 개성 있는 소비자들을 위한 고급 제품들을 디자인하고 여러내·외부 공정을 활용해 생산하고 있다. 다양한 디자인과 재질을 적용한 제품, 그러나 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제품들이 연달아 출시되고 있다.


미국 특허로 세계시장 진출 … 고급시장 개척할 것

어떻게 하면 더 편리하고 더 만족할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 정화테크는 특허 16건, 실용신안 14건 등 총 30건의 공인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2002년 벤처기업 선정, 2004년 전국 품질분임조 경진대회 대통령상 수상, 2009년에는 대구스타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세계 가장 큰 도어록 시장인 미국서도 2006년에 특허를 따내면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 도어록 시장은 기존엔 원통형이었다가 레버형으로 바뀌었어요. 손잡이가 막대형이기 때문에 손이 없거나 불편한 장애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거든요. 레버형으로 도어록이 표준화가 되면서 업계에 가장 큰 고민거리는 강도였어요. 문 안쪽이 잠겨있으면 바깥쪽 레버가 고정되어 있으니 힘 좋은 사람들이 손잡이를 누르면 쉽게 파손되는 문제점이 있었거든요. 저희는 이러한 취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문 바깥쪽 손잡이가 공회전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클러치타입의 제품을 만들어냈어요. 특허를 따서 미국시장에 처음 진출할 수 있게 됐죠.”
미국의 도어록 시장은 1급, 2급, 3급 제품으로 나뉜다. 1~2급은 고급시장, 3급은 하급시장으로 불린다. 현재 3급 시장은 중국 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정화테크는 주로 미국 현지 제품들이 포진해있는 고급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 제품과 겨루어도 손색없는 고품질 제품이지만 가격은 배로 저렴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는 미국 시장을 더욱 키워나갈 전략이다.
“미국 시장 경기가 좋아서 도어록 매출 역시 점차 커져나갈 전망이에요. 특히 디지털도어록은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 가정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보편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 시장은 생각보다 보수적이고, 아직까지 전자식 잠금장치에 대한 거부감이 있거든요.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장상황은 서서히 변화할 거라고 봅니다. 저희는 미국 현 실정에 맞는 디지털도어록을 개발해서 작년부터 수출하고 있습니다.”
정화테크 수출 규모는 미국이 가장 크고 일부 동남아로도 수출하고 있다. 매출규모는 작년에 30%, 올해 1/4분기만 하더라도 35% 늘었다.


가족같은 직원들, 끈끈한 정으로 부도 위기 극복

업계 1위 정화테크가 지금껏 승승장구만 한 건 아니다. 1998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는 다시 떠올리기 아찔할 정도로 힘들었다.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완제품을 만들어 납품할 때 업계의 줄도산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IMF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납품하던 업체들이 전부 부도가 났으니까. 당시 우리나라 4대 도어록 업체들이 전부 부도 위기를 맞았고, 사라진 도어록 업체들도 많아요. 저희 직원들도 월급 몇 달씩 못 받고 허리띠 졸라매 일했었죠.”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환율이 올랐던 상황은 중국 등 기존 수입제품들의 국내 진출을 막는 역할을 했다. IMF 시기가 지나면서부터는 레버형 도어록을 생산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당시 어려움 속에서도 정화테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직원들의 결속력 덕분이었다. 당시 어려움을 극복했던 직원들 대부분은 지금까지도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끈끈한 정과 자부심을 갖고 정화테크를 움직이고 있다. 이런 직원들을 가족처럼 아끼고 있는 김 대표는 직원교육에도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었다.
“일본 토요타자동차에 각 부서별로 실무자들이 직접 가서 교육을 받았어요. 토요타는 세계적인 자동차회사이자 금속 업계에서 가장 앞선 기업문화를 가진 곳이잖아요. 재고관리, 품질관리 등 벤치마킹할 수 있는 점들이 많아요. 전문역량을 기르고, 앞으로 우리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배울 게 많죠.



고객 맞춤형 도어록으로 마음의 문을 열겠습니다

정화테크는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신생 도어록 업체들에 비해 전문 기술자와 연구원들이 많다. 포화된 국내 시장에 맞서 앞으로는 고급 시장 확대에 주력할 예정이다. 올해 매출목표는 250억원이다.
“아직은 소비자들보다는 인테리어, 건축하시는 분들이 직접 선택하게 되죠. 제가 생각하기에 일반소비자가 선택하는 시장은 20% 밖에 되지 않아요. 앞으로는 소비자가 직접 도어록을 만져보고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선택하게 될 거라고 봐요.”
장기적으로는 미국 현지 공장을 세우는 게 꿈이다. 하루 빨리 무역장벽에 맞선 ‘Made in USA’ 제품으로 품질력으로 승부할 날을 기대하고 있다.
“마음의 문을 여는 회사. 이게 정화테크가 지닌 속뜻이에요. 단순히 문을 열고 닫는 역할을 하는 게 도어록이지만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예쁘고, 실용적이고 사용하기 편리해야 합니다. 고객의 마음을 읽고, 품질을 위해 노력해야하죠. 그 정도의 정성이 담겨 있어야 ‘고객 마음의 문을 여는 기업’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