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무전기 하면 007이 나오는 스파이 영화나 특수부대가 떠오른다. 일반인들은 잘 접하기 어려운 물건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전기는 우리 일상생활에 의외로 자주 쓰인다. 대형 식당이나 뷔페에 가면 직원들이 귀에 하나씩 꽂고 있는 것이 바로 무전기다. 건설현장에서도 사용이 되고 레저나 스포츠에도 사용되는 무전기는 그 쓰임이 다양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무전기 제조회사 ‘이테크 주식회사’를 알아보자.
무전기의 다양한 쓰임새
산업현장에 무전기가 많이 쓰인다는 사실이 의외일 수 있다. 휴대폰을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쉽게 든다. 그러자 이테크의 김일중 대표가 웃으며 무전기가 산업현장에 사용되는 현황을 설명하자 쉽게 납득이 된다.
“우선적으로 무전기는 휴대폰과 달리 유지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요. 휴대폰 통화량은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까. 뭐 무한요금제가 나온다고 하지만 결국 한 달에 몇 만원이라는 요금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회선 통화가 어렵습니다. 한 사람이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말해야 하는 상황도 오는데 휴대폰 통화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죠. 그리고 배터리 문제도 있고요. 아무래도 휴대폰 보다는 무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사용시간이 깁니다. 휴대폰이 나온 이후 무전기 판매가 많이 사라졌을 것 같지만 사실 꼭 그렇지도 않아요. 산업현장에 필요한 수요는 언제나 존재 합니다.”
그러고 보니 무전기는 기기만 구입을 하면 몇 년간은 통신요금을 낼 필요가 없다. 그런데 휴대폰은 기기 값을 내고도 통신요금을 내야 한다. 거기다 내구성과 배터리 용량까지 생각해 보면 무전기를 써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가족 몰래 시작한 무전기 회사
“제가 무전기 회사를 경영하게 된 것은 그렇게 거창한 이유는 없었어요. 미국에서 MBA를 따고 귀국했지만 나이 제한에 걸려 대기업에 입사 할 수는 없었거든요. 해외영업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해외영업 중 절 뽑은 곳이 바로 무전기 회사였어요. 그래서 무전기를 처음 접하게 되었죠.”
그런데 기존 일하던 무전기 개발 기술진이 독립한 후 김일중 대표에게 연락을 하게 된다. 회사의 오너이자 대표로 일해 줄 수 있겠냐는 연락이었다. 고민하던 김일중 대표는 앞서 나온 기술진들과 함께 이테크(주)를 설립한다.
“제가 오너로 일하게 된 것은 제가 해외영업일도 할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투자금 문제가 컸죠. 괜찮은 무전기를 개발해 놓았는데 생산할 수 있는 설비마련이 어려운 겁니다. 그런데 투자한다고 해서 그것이 팔릴 것이라는 보장도 없었고요. 제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건물이 하나 있었거든요? 부모님이나 아내 몰래 그 건물을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았어요. 그 돈으로 직원들 월급을 주고 기계 설비 사고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처음 아버지 몰래 건물 담보로 대출받을 때는 밤을 새며 가슴을 졸였는데요. 두 번째 대출을 받을 때는 뭐 별거 아니더라고요. 하하.”
해외에서 먼저 인정한 기술력
2004년 설립이후 이테크(주)는 순탄한 성장을 지속한다. 꾸준한 기술 개발과 더불어 다양한 제품군을 확충하였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은 한정되어 있고 다른 업체에 비해 브랜드가 알려져 있지 않았기에 초창기에는 해외 수출을 주로 시작한다.
“아직까지는 이테크(주)의 기술력이 세계최고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수 십 년 역사의 통신기기 제조 기업들을 단숨에 따라잡기는 어렵거든요. 하지만 2등에게는 2등 전략이 있습니다. 비슷한 성능이면서 보다 저렴한 제품을 판매하는 거죠. 사람들은 코카콜라가 아니면 펩시를 마십니다. 저희가 코카콜라가 될 수는 없지만 펩시정도는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성능이면서 가격이 저렴하기에 더욱 자신이 있었고요. 실제로 이런 경영 전략이 적중합니다. 해외주문이 상당히 많이 들어왔고 그만큼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죠. 매출에 따른 이익은 고스란히 회사에 재투자를 하였고요.”
가격이 저렴하면서 기술력이 뛰어난 이테크(주)의 제품은 전 세계 유명 기관에서 먼저 쓰였다. 영국 버킹검궁 경호대와 런던 소방청, 스웨덴 육군, 말레이시아 총리공관에서 이테크(주)의 제품 사용을 시작했다. 그렇게 유수의 많은 기관에서 이테크(주)의 제품을 사용하자 한국 해양경찰과 같은 한국 관공서에도 사용을 시작했고 수출 유망 중소기업에 선정되기도 한다.
영국에서 인정한 방폭 무전기 기술
국내 중공업, 석유화학 업계 종사자들이 특히 환호하는 이테크(주)의 무전기가 있다. 바로 영국의 ATEX 인증을 받은 방폭무전기. 미세한 정전기나 스파크가 있으면 큰 사고로 이어지는 석유화학 공장에서 사용되는 것이 방폭 무전기다. 방폭무전기는 전 세계적으로 소수의 회사만 개발에 성공 했고 생산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테크(주)도 그 중 하나다.
“방폭 기술을 인정받기 까지 거의 2년이 넘게 걸린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많았지요. 저희 회사가 중국과 한국 여러 곳에 걸쳐 부품제조 공장이 있거든요. 그런데 영국 ATEX 인증은 제조 공장의 현황까지 직접 확인을 해야 하니까. 여러모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죠. 그러나 결국 해냈습니다. 이테크(주)의 자랑스러운 제품군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기술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에 미래가 밝다. 매출은 꾸준한 상승곡선을 이루고 있으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무전기 제조 회사가 되었다. 이것이 불과 10년 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이제는 디지털 무전기 기술개발에 도전
이테크(주)의 김일중 대표는 현재의 모습에 방심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국내에서는 가장 높은 기술력과 생산시설을 갖추었다고 자부하지만 해외의 유명 기업들과 비교해서는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십년 역사를 지닌 해외 기업에 비하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멉니다. 디지털 무전기 기술만 해도 그래요. 저희가 개발 중인 디지털 무전기 기술을 해외 기업은 이미 개발해서 상용화 했습니다. 개발인력이나 회사규모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안타깝죠. 디지털 무전기는 잡음제거(noise cancelling) 등의 기술로 주변 소음을 제거하고 목소리만 강조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도청방지 기능 등 보안성까지 갖추었고요. 보안이 중요시되는 군부대나 전국 소방서 등 주요 안전기관이 디지털 무전기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오는 2015년 말까지만 아날로그 무선기기 적합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2019년 1월 1일부터는 모든 아날로그 무전기의 구입 및 판매가 금지됩니다. 디지털 무전기 시대가 본격적으로 예고된 것이죠. 이테크는 이런 시대의 흐름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여 국내 시장을 지키는 한국 제조업체가 될 것입니다.”
이테크(주)의 역사는 해외 대형 무전기 제조업체에 비해 짧지만 그 기술력은 결코 짧지 않다. 뛰어난 제품 성능으로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이테크(주)이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무전기회사로 사람들은 이테크(주)를 꼽고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도 이테크(주)의 발전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