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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창산업 이하승 대표
원창산업의 설립자는 이하승 사장의 부친인 이석구 전 대표다. 이석구 전 대표는 20년 전부터 훌륭한 성능의 오일펌프를 제작 판매해왔다. 지금도 원창산업을 대표하는 제품 중 하나가 바로 오일펌프다.
“아버님이 처음에는 현대자동차 부품을 가공하는 가내수공업 수준의 기업을 경영하셨죠. 그러다 80년대 후반에 오일펌프를 생산하셨거든요. 그때 당시 오일펌프가 있었지만 마감이나 성능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고심 끝에 기존 시장에 나오던 제품보다 뛰어난 오일펌프를 제작한 것이죠. 그때 원창의 오일펌프가 시장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는가 봐요. 국내 최대의 공구유통회사인 C사도 당시에 저희에게 찾아와 거래를 하자고 찾아왔어요. 그렇게 C사와 거래를 하게 되고 이런저런 인연으로 저도 그 공구유통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입사하게 됩니다.”
첫 사회생활로 대기업 공구유통사에 입사한 이하승 대표는 용접 관련 제품과 산업안전제품을 판매하는 영업사원이 된다. 공구유통사 영업사원으로 많은 매출액을 올리면서 장사란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사업이란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서 해야 하는 것이구나 하고 깨닫는다.
“국내 최대 공구유통업체인 C사 영업부에서 6년 정도 일했죠. 거기서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그러다 아버님이 들어와서 가업을 물려받지 않으면 기업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원창산업이 힘들 때마다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직원분들이거든요. 기업을 정리하게 되면 직원분들 일자리도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원창에 들어왔죠.”
2007년, 공구유통상사 영업사원 생활을 청산하고 원창산업에 들어온 이하승 대표는 기업경영이 쉽지 않다고 느낀다. 공장의 설비는 낡았고 생산되는 제품 품목 수도 적었다. 직원들도 나름대로의 불만이 있었다. 회사를 키우기 위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해야 했다. 우선 제품이 문제였다.
“처음 제가 여기 왔을 때 원창은 기업 경영을 하기에는 너무 작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그런 상황이었어요. 원창에 들어와서 1년 만에 다시 영업사원으로 정말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하던 생활에서 기계와의 싸움을 하니까 적응이 힘들었어요. 처음에 입사할 때는 원창의 제품을 영업해서 판매하면 회사가 커지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우선 팔수 있는 물건에 문제가 있었어요. 영업을 하려면 내가 정말 이 물건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 당시에 원창의 제품은 시장경쟁력이 부족했어요.”
일단 기술력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기에 새롭게 금형을 파고 기존 제품을 보강해 제품의 품질을 올렸다. 생산하는 품목 수도 너무 적다는 판단이 들어 동망치나 우레탄 망치, 테이프 커터기와 같은 원창이 생산할 수 있는 품목을 늘렸다. 전 직원이 아이디어를 내어 보다 뛰어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하승 대표과 직원들의 노력으로 원창산업의 제품 품질은 어느 회사 못지않게 변했다. 그러나 제조에 있어서 좋은 물건을 생산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제품의 품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생산성이다. 몇 년 전 원창산업의 제품 생산 환경은 중소기업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주문은 많이 들어오는데 제품 생산 속도는 그만큼 따라가지 못했다.
“기계도 그렇고 금형도 그렇고 너무 옛날 기계라. 일하던 사람이 아니면 기계를 다룰 수 없는 부분이 많은 겁니다. 기술자를 1,2년 이상 키워야 하고 예비 인력도 없어서 그 기술자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면 사장이 직접 그 분야에 뛰어들어야 했어요. 사장도 사장 나름대로 할 일이 있는데 생산라인에서 일을 해야 하니 회사가 힘들어지는 거죠. 누구나 3일 교육받으면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공장이 안정적으로 운영이 됩니다. 그래서 조금씩 기계 설비를 사고 투자했어요. 그런데 기계설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직원들의 근무 지속성입니다. 직원이 퇴사를 안 하면 생산성이 올라갑니다. 다니던 직원이 그만두면 새로운 직원을 뽑아야 하고 비용이나 시간이 들게 됩니다. 아무리 회사 시스템이 좋아도 그 직원이 역량을 발휘하기까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이라는 시간과 돈이 들고요. 새로 온 직원은 몰라서 일을 못하는 것이고 기존 직원은 가르친다고 일을 못하는 것이죠. 정말 그런 부분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4년 전에 아버님과 담판을 지었어요. 주 5일을 하자고 했거든요. 그런데 작은 제조기업 중 주 5일을 하는 기업은 없어요. 아버님도 주 5일은 너무 이르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이하승 대표는 직원분들과 술을 마시고 어울리면서 직원들의 불만을 알고 있었다. 월급도 적고, 근로 환경도 좋지 않기에 퇴사자가 자꾸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직원들의 휴식시간이라도 확실하게 보장해 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하승 대표는 선친과의 줄다리기 끝에 동의를 얻어 주 5일 근무를 시작한다. 그 이후로 원창산업에서 퇴사자는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원창산업은 작지만 직원들과 대표이사 사이에는 끈끈한 정이 있다. 다 같이 우리 식구라는 믿음이 있기에 두려울 것이 없다. 이하승 대표도 스스로 몸을 낮추고 직원들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한다는 마음으로 경영에 임하고 있다.
“저희가 월급도 많이 못 드리고 하는 일도 편한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오래 근무를 하신다는 것은 서로 추구하는 부분에서 맞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은 저희가 신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차후에는 공장을 이전할 생각입니다. 언젠가는 공장을 이전해서 직원들의 근로 환경을 더욱 높이고 싶어요. 그리고 직원이나 사장이나 같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장이라고 해서 특별한 대우를 강조하면 리더십에 문제가 생겨납니다. 하는 일이 다를 뿐이지 자기 역할이 다를 뿐이니까요. 절대 상하 개념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 회사는 한 달에 한 번씩 전 직원이 함께 치킨을 먹는 조촐한 파티를 합니다. 저는 그럴 때가 가장 행복해요. 전 직원이 함께 행복하게 일하고 점차 나아져 더 나은 환경 속에서 다 함께 잘 살고 싶습니다.”
글· 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