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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신양행
대기업 부장도 마음에 들지 않더라
박경서 대표는 수동식 펌프를 전문적으로 생산해온 덕신양행을 1986년 설립하고 일으킨 당사자다. 그는 원래 무역을 전공해 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서 일하던 샐러리맨이었다. 대기업 사원으로 안정적으로 살 수 있었던 그가 제조사 사장으로 뛰어들게 된 계기를 물어 보았다.
“금성사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창업을 했는데 처음에는 지하실 20평짜리를 얻어서 구로 3공단에서 사업을 시작했죠. 처음에는 그것도 부담스러워서 형님이랑 반 나눠서 10평짜리 지하실에서 기계 하나로 시작했어요. 형님도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사업을 시작했었거든요. 형제가 3형제인데 모두가 사업을 합니다. 사업가이신 아버지의 뜻에 따른거죠. 금성사도 남부럽지 않은 직장이었는데 그때 다니시던 부장님 모습을 보니까 제 성에 안차더라고요.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당시에 아버님이 기름통을 제작하고 계셨어요. 기름통을 하면서 기름펌프도 함께 판매하면 좋겠다며 아쉬워하셨죠. 그래서 제게 기름펌프를 만들어 보라고 권하더라고요. 그런데 금전적인 지원은 안해주시더라고요. 몇 년간 회사생활해서 번 돈으로 그렇게 시작한거죠.”
우리가 사업을 하는 이유는 보다 더 성공하기 위해서 보다 더 잘살기 위해서다. 덕신양행의 박경서 대표는 수동식 펌프로 성공한 사업가를 꿈꾼다.
초창기 제품 불량으로 큰 상처받아
덕신양행이 제품을 생산할 때 제일 크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품질이다. 모르고 실수한 품질불량은 이해할 수 있어도 알면서 간과한 불량은 절대 용서치 않는다. 불량은 알게 된 순간 즉시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속한 조취를 취한다. 그래서 실제로 수출을 하기 위해 부산에 내려간 컨테이너 속 제품 중 불량품이 몇 개 들어간 것을 알고 컨테이너 선적 직전에 제품 불량을 선별한 적도 몇 차례 있었다. 이 같은 품질 결벽증은 초창기 있었던 불량사건 때문이다.
“비록 작게 시작을 했지만 제품만 확실하게 만들면 크게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아버님이 저희 물건을 사주시니까요. 기름펌프라는 것이 원래 가을부터 겨울에 잘 팔리는 제품이잖아요. 사업을 시작하고 몇 달 동안 그 DP-14 제품을 팔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죠. 물건도 쌓아 두고요. 그런데 제품이 팔리니까. 불량이 속출하는 겁니다. 그런데 저희가 전 제품 전부다 제품이 제대로 작동을 하는지 확인을 했거든요. 불량이 나올 수 없는데 불량이 속출을 하는 겁니다. 조사해보니 저희는 물로 제품을 검사했거든요. 기름으로 제품을 검사하면 기름냄새가 나서 상품성이 사라지니까요. 그런데 펌프에 있던 물방울이 얼면서 그 안의 부품이 제대로 작동 안하는 겁니다. 검사방법이 잘못 된 거죠. 그때 불량이 속출하면서 크게 힘들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지만 그 실수가 제품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고 제품의 품질은 브랜드에 신뢰에 영향을 미친다. 불량품이라는 인식을 가진 덕신양행의 DP-14는 향후 몇 년 동안 고객의 외면을 받게 된다.
국내시장 어두워지자 수출 모색해
사업 초창기 덕신양행은 품질문제로 곤혹을 치른 이후 더더욱 품질에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나 DP-14가 시장의 외면을 받자 드럼통에 사용하는 DP-25를 생산해 안정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작은 통에 쓰는 것은 일반 가정이나 가게에서 많이 쓰는데 신용을 잃어서 드럼통에 사용하는 펌프를 판매하게 된 겁니다. 시장에서 거부반응도 없이 물건을 사주더라고요. 한 초창기 2년은 고생을 많이 했어요. 저희가 후발주자였는데 태일화학이라는 선발업체가 있었어요. 그때는 태일화학이 큰 회사였죠.근데, 그 당시 태일화학이 수출오더가 많아서 국내에 판매할 물량이 없어 물건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그 때서야 우리 물건을 구매하려고 하더라고요. 불량으로 낙인이 찍혔던 DP-14 제품이 조금씩이나마 판매되고 10년 쯤 지나니까 저희 덕신제품 DP-14도 쓸만하다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이 가지더라고요. 그런데 국내에서는 더 이상 석유난로가 아닌 전기나 가스난로를 사용하게 됩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우리도 수출을 하자. 그렇게 수출기업으로 변신을 하게 된거죠.”
처음에는 판로를 모색하기 위해 해외 바이어들이 보는 잡지에 광고를 내기도 하고 전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전시회나 행사에 제품을 출품하여 판로를 모색했다. 결국 일본의 대형 유통업체와 거래를 하게 된다.
인구 1억명, 일본 시장 붙잡다
일본은 가옥 구조가 대부분 목재로 되어 있다. 겨울도 춥지만 우리나라처럼 많이 춥지 않고 낮에는 난로가 없어도 버틸만 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주로 아침과 저녁에 난로가 필요한데 짧은 시간에 강한 화력의 난로로 금방 따뜻해지는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그런 난로는 주로 석유난로다. 전기는 빠른 난방이 힘들고 가스는 지진 때문에 사용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아직까지 집집마다 석유난로가 있어요. 인구도 1억이나 되고요. 펌프도 겨울에 쓰다가 창고에 넣어두면 3년 쓰는데 사실 부담 없는 가격이기도 해서 DP-14 펌프는 거의 한철 쓰고 버리는 제품이죠. 그런데 인구가 워낙 많으니까 저렴한 가격의 부담스럽지 않은 제품이라 많이들 구매하거든요. 저희 제품의 품질도 믿을 수 있고요. 그렇게 일본에 수출을 하면서 설비를 더욱 늘릴 수 있었고 다양한 제품도 개발해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지금 현재 덕신양행의 매출은 95%이상이 수출이다. 수동식 펌프는 한국에서는 더 이상 큰 매출을 올리기 힘들다. 그래서 일본과 미국 그리고 유럽 등 전 세계 35곳에 수출을 모색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우수한 신제품으로 시장점유율 확대 기대해
덕신양행은 현재 매출의 60%를 일본에서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엔화가 약세로 전환되고 일본의 매출이 너무 높다는 생각에 따라 다른 시장의 판로를 뚫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제품을 생산하는데 들어간 각종 기술을 토대로 뛰어난 신제품을 개발하여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동식 드럼펌프와 같은 신제품은 저희가 기대하는 제품입니다. 기존에 수동식 펌프와 달리 자동차 배터리나 AC전원을 사용해 작동이 되는 제품으로 토출호스 선단에 노즐이 붙어 있어 액체가 넘치는 것을 방지 합니다. 이런 제품을 개발하니 노즐의 사용성이 좋다는 바이어의 호평으로 20리터용 럼프에도 노즐을 부착한 전동식 펌프를 개발중에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제품을 싸게 만들어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부가가치가 뛰어난 신제품을 개발해서 전세계 시장을 석권할 것입니다.”
덕신양행의 상호의 뜻은 큰 ‘덕’에 믿을 ‘신’을 쓴다. 약속을 지키는 회사로 100년 기업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말로는 쉽지만 행동으로는 어렵다. 하지만 덕신양행은 행동으로 약속을 지켜왔다. 품질하나를 위해 밤을 새워서라도 제품을 전수 검사하고 제품에 불량이 있다면 컨테이너 선적 전 항구에서도 제품을 컨테이너에서 꺼내 전수 검사를 했다. 이런 열정으로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온 덕신양행은 까다로운 일본 시장을 개척해 큰 성공을 거두었고 앞으로는 뛰어난 신제품으로 펌프시장의 최고 기업이 될 것이다.
글· 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