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서울공구(주) 박성기 대표
일본기업이 인정하는 품질
1985년 설립된 SEC서울공구(주)는 30년간 절삭공구 제작만을 고집해온 뚝심 있는 기업이다. 단순히 공구제조 판매만이 아닌 고객이 가장 효율적으로 공구를 사용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렇기에 제품 A/S 및 절삭공구 사용에 대한 기술제공, 도면작성, 테스트 등의 각종 기술지원도 가능하다. 이런 SEC서울공구를 30년간 이끌어온 사람은 박성기 대표다. SEC 제품이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끄는 비결은 무엇인지 물어 보았다.
“결론은 품질입니다. 우선적으로 해외에서 인정하고 찾을 정도로 품질이 좋아야 합니다. 수출을 시작한지는 10년이 넘었는데요. 그 전에는 국내 시장에만 제품을 판매했었죠. 수출은 생각도 못하고 있을 때 일본의 자동차 회사인 닛산에서 연락이 오는 겁니다. 연간계약을 하고 싶은데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달라고요. 알고 보니 국내에 어느 무역회사에서 우리 회사 제품을 닛산 자동차에 샘플로 보여준 것이었어요. 그때도 저희 품질이 일제만큼 뛰어났거든요. 반면 가격은 저렴하고요. 닛산에서 먼저 저희를 궁금해 하더라고요. 자동차기업에서 사용하는 절삭공구가 매년 몇 백 억 됩니다. 그렇게 닛산에서 SEC 서울공구를 사용하니까 엔지니어들 끼리 서로 소통을 하면서 다른 일본 기업에서도 우리 회사와 거래를 하자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동남아에 진출한 일본 엔지니어들도 우리 제품을 찾고요. 그렇게 수출이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재료부터 열처리까지 깐깐한 검수
SEC는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모든 것에 신경을 쓰고 있다. 재료와 공정에 따른 정밀도, 기계를 다루는 기술자 등 좋은 품질을 위해 모든 부분에 신경을 쓴다. 설사 비용이 더 들더라도 SEC가 추구하는 고품질은 포기하지 않는다. 특히 열처리 같은 경우 더 비싼 비용이 들어가는 공정을 사용해 원하는 품질을 얻으려고 한다. 모든 제품에 성능 테스트를 하여 불량이란 없다.
“닛산 같은 거래처는 제품의 재료가 되는 특수강의 품질기준도 높습니다. 닛산은 일본 히타치에서 제작한 특수강만 사용하기를 요구해요. 히타치 철의 품질은 항상 일정하다는 것을 믿을 수 있거든요. 한국에도 그런 철을 제작하는 곳이 있으면 좋겠지만 특수강, 즉 고강도의 합금을 만드는 회사는 한국에 없어요. 한국의 특수강 시장 규모 자체가 큰 편이 아니거든요. 포항제철과 같은 큰 제철소에서 볼 때 특수강은 제작에 돈은 많이 들어가는데 수요는 작아서 생산성이 없는 거죠. 반면 대만은 기초산업이 잘 되어 있어요. 제가 볼 때 우리나라는 대만보다 기초 소재산업이 떨어집니다. 반면에 가공산업은 발달되어 있죠. 일본과 비교해도 기술력이 비슷하거든요. 하지만 소재산업은 아무래도 뒤떨어져요. 위험한 3D산업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특수강을 해외에서 수입하는거죠.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입니다.”
일본기업이 요구하는 품질이 무척 높다. 사소한 서류 팩스 한 장의 점 하나가 잘못 찍혀도 팩스를 다시 보내달라고 요구한다. SEC는 그런 일본 대기업과 오래 거래를 해왔다.
“초창기 닛산과 계약할 때도 그랬어요. 계약을 하자고 6명이 오는 거예요. 방문하기 전에 제품검사 결과 리스트를 보내 달라고도 하고요. 우리가 보낸 팩스 그대로 가져와서 제품검사를 하는데 실무진만 온 것이 아니라 기술자도 같이 와서 전체 공정을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사소한 것 하나 하나 물어보고 제품 포장 디자인까지 관여하더군요. 그렇게 일본 기업들과 10년 넘게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박성기대표는 절삭분야의 베테랑 엔지니어다. 40년 전 그가 첫 사회생활을 한 곳은 당시 한국 최고의 절삭공구 제작업체였던 ‘한국특수공구’였다. 그곳에서 10년을 일하고 생산부장까지 역임한 후 자신만의 절삭업체를 운영한다. SEC도 사업 초창기 때에는 많은 고생을 했다.
“직장생활 하다 사업을 하니 많이 힘들었죠. 그래도 주위 분들이 많이 도와 주셔서 극복할 수 있었어요. 기계도 빌려주고 재료도 빌려주고 그래서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어찌 어찌 시작할 수 있었어요. 3명 데리고 시작한 것 같아요. 몇 년간 그렇게 정신없이 사업을 하다가 내가 잘 몰라서 그런지 부도를 맞을 위기가 찾아오더라고요. 우리는 이상하게 IMF에 경영이 쉬웠어요. 힘든 것은 오히려 IMF 겪기 이전에 경기가 활황일
때더군요.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납품을 크게 하던 곳이 있었어요. 대구에서 절삭 전문으로 유명한 전국적으로 큰 공구상이었죠. 그때 그곳 사장님이 당시 서울 구로에 위치했던 저희 회사까지 와서 대구 경북 지역에 판매될 제품을 다 구매 할 테니 다른 사람들에게는 제품을 판매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하더군요. 그런데 그 업체가 부도가 나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대략 3,4년 크게 고생을 해야 했어요. 납품한 물건값은 못 받지만 재료값, 인건비는 우리가 지불해야 계속 회사를 운영하잖아요. 그 업체로부터 받은 어음이 수 십장에 달했는데 우리가 재료값을 지불할 때도 그 어음을 사용했거든요. 그런데 부도수표라고 하니까 정말 힘들었어요. 저희가 다 갚아 줘야 하니까요. 화재가 났을 때도 그랬지만 주위에서 저희 제품을 믿고 생산 기술력을 신뢰해 주셔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죠.”
공장에 화재가 났던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SEC 공장과 붙어 있던 다른 회사 공장에서 인화 물질로 인한 큰 화재가 발생하면서 SEC 공장까지 태워버린 것. 박성기 대표는 그때를 생각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사실 불타버린 공장을 보면서 사업을 정리하려고 했어요. 기계나 설비 모두 잿더미가 되어 버렸으니까요. 정말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졌어요. 공장이 불타는 것을 지켜보던 그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벌건 대낮에 평생을 함께한 공장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니 주저앉게 되더군요. 그래도 주위 거래처에서 위로와 함께 용기를 주고 도움도 많이 주셨어요. 어찌 어찌 다시 해보자고 주위의 응원 속에서 노력했지요. 그렇게 다시 지금의 공장모습을 마련할 수 있었고요.”
고객이 인정하는 명품 서비스
우리나라 절삭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 중 종류별로 인정받는 기업이 있다. 절삭제품 중 커터를 잘 만드는 곳은 ‘SEC서울공구’로 손 꼽힌다. 그런 인식은 고객을 만족시키는 자세 덕분이다.
“예전에는 고객들이 가격을 많이 봤는데 AS도 많이 봅니다. 절삭공구가 비싼 것은 10만원이 넘어요. 예를 들어 초경 같은 것은 비싼 것이 개당 30만원인데 한 번 사용할 때 10개 넘게 사용하면 300만원이 넘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소모품이지만 사유에 따라서 AS도 해주죠. 제품이 예상보다 빨리 파손되거나 마모되었을 경우 어째서 파손이 되었고 마모가 되었는지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수리해주거나 새 제품을 보내어 드리곤 합니다. 몇몇 고객분들의 경우 제품을 잘못 사용하여 제품이 파손되어 AS가 필요한 경우가 발생해요. 그럴 때는 사용자가 이해하고 수긍할 때까지 설명을 해 줍니다. 이제는 품질대비 가격이 좋아야 하고 가격대비 품질도 좋아야 합니다. AS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시에 품질도 신경 써야 하고요. 품질이 뒤떨어진 저가제품은 사랑받지 못합니다. 적당한 가격의 좋은 품질과 고가지만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해야죠. 좋은 품질의 절삭공구를 사용해야 사용하는 공장의 생산성이 올라가잖아요. 국내에서는 품질이 좋으면서도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선호하는데 쉽지가 않죠. 하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제작 공정이나 품질을 개선시켜 품질이 뛰어나면서 가격도 만족스러운 제품을 만들려고 합니다. 앞으로 그렇게 해야겠죠.”
일본 닛산자동차의 엔진이나 실린더 부품 가공에는 SEC서울공구의 커터가 사용된다. 미국에서도 주문자 상표부착(OEM)방식이 아닌 ‘SEC’라는 자체 브랜드가 판매된다. 그만큼 SEC서울공구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기에 공장이 불타 사라져도 주위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인기의 비결은 뛰어난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력이다. 이제 ‘SEC’브랜드는 절삭공구의 본고장인 독일 진출을 앞두고 있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아시아와 미국시장을 석권한 ‘SEC’가 독일에서도 큰 사랑 받기를 기대한다.
글·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