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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용품 전문업체 선진&VIP
기업탐방
자동차 틈새시장 꽉잡은 두 남자 이야기
자동차용품 전문업체 선진&VIP 배경률 대표, 강병규 이사
서로 단점 채워주는 최고의 파트너
서울시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위치한 ‘선진&VIP’. 유명세와 달리 빌라 1층 상가에 간판도 없이 문을 연 거품 없는 회사다. 사무실 안은 쇼핑몰 사업자들의 사입을 기다리고 있는 물품으로 가득차 있다.
수출입에 오랜 노하우를 가진 배경률 대표와 20대부터 자기 사업을 해온 강병규 이사가 지난해 사업자를 합치면서 호흡을 맞췄다. 배 대표의 사업체인 ‘선진’과 강 이사의 사업체인 ‘VIP’를 합쳐 이름도 ‘선진&VIP’로 지었다.
배경률 대표는 할로겐전구 수출입에 종사했던 영어 능통자로 꼼꼼한 성격을 살려 운영을 도맡고 있다. 강병규 이사는 오랜 사업 경험으로 내수시장에 능통해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절묘하게 채워주는 ‘최고의 파트너’라고 소개한다. 친구도 친척도 아니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신뢰를 쌓아온 두 사람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병규 이사, 잘나가던 청년 CEO에서
급작스런 추락 그리고 재기
강병규 이사는 젊은 시절 자동차 튜닝에 미쳐 살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사업을 해도 승승장구, 청년 CEO로 여러 매체에 소개되기도 했다.
“자동차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20대 어린 나이에 자동차 튜닝 사업을 하게 됐어요. 튜닝 붐이 일면서 관련 액세서리 수요가 급증했죠. 부모님 도움 없이 강남에 집도 사고 수입차도 사고 CEO라고 알려지고. 그런데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더라고요.”
국내 트렌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영업에도 남다른 능력이 있어 매출은 쑥쑥 늘었지만 내부 관리에 신경 쓰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회계와 직원 관리에 소홀하자 돈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게 사라졌다. 직원이 자금을 유용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쌓여오던 위험은 결국 한꺼번에 터졌다.
“35세 때 최악의 시기를 맞았죠. 사업이 중단되고 재고 털어서 미수금 겨우 막고. 완전 바닥을 쳤어요. 그 시기
배 대표도 그때가 떠올랐는지 크게 웃음을 짓는다.
“내가 옆에서 같이 술 먹어 주면서 조언을 많이 했지. 너는 이게 문제야 저게 문제야 라며 지적을 많이 했는데. 그때만 해도 우리가 같이 일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친구도 아니고 처음부터 사업으로 만난 사이니까요.”
배경률 대표, 전구 수출업자에서
자동차용품 시장에 뛰어들기까지
할로겐전구 제조사에서 일하며 수출입을 담당했던 배경률 대표는 자동차 전구를 팔러 왔다가 강 이사를 알게 됐다. 회사만 다니다가 내 사업을 시작했지만 전구 이외에 다른 분야를 모르다보니 매출이 쉽사리 오르지 않았다. 이럴 때 강 이사가 큰 도움이 됐다.
“막상 사업을 하려나 제가 전구만 알고 다른 분야를 너무 몰랐던 거예요. 또 수출, 수입, 영어, 해외트렌드 파악은 쉽게 했지만 내수시장은 좀처럼 파악이 안 됐어요. 강 이사가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사업을 오래 해서 그런지 내수시장을 보는 눈이 더 정확해요. 그래서 도움을 많이 받았죠.”
배 대표는 강 이사에게 내수에 대한 도움을 받고 강 이사는 반대로 수출입에 관한 도움을 받으며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서로 가진 재능이 너무나 다르기에 서로의 장단점을 가감 없이 말해주는 사이로 발전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인간적인 신뢰를 갖게 된 일도 있었다.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어서 제가 일에 집중을 못하는 시기가 있었어요. 출근도 못하고 아무 경제 활동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그때 뒤에서 일이 끊어지지 않게 버팀목이 되어 준 사람이 강 이사예요. 그때 생각하면 정말 고맙죠. 그만큼 인간적 신뢰를 많이 느꼈어요.”
이 둘은 아직도 당시 호칭인 ‘배 차장’, ‘강 사장’으로 서로를 부른다.
단점을 보완하는 동업자로 시너지 효과
뒤늦게 제안한 동업이지만 두 사람은 큰 망설임이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 서로가 일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이미 ‘검증’된 사이이기 때문이다.
“서로 잘 나갈 때 만났으면 동업은커녕 이런 인연으로 닿지도 않았을 거예요. 각자가 완전히 바닥을 치고 올라올 때를 지켜보며 상대방의 문제에 대해 아낌없는 조언자이자 지지자로 있었던 덕분이 아닐까 해요.”
동업을 결심하기 어렵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대한 배경률 대표의 대답이다.
서로 아이템은 비슷하지만 시장이 겹치지 않았던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평소에 만나면 서로가 부족한 것을 많이 교류했어요. 저는 해외에 소개할 만한 것을 조사해서 알려주고 강 이사는 내수시장 트렌드를 알려주고. 시장이 겹치지 않으면서 아이템 정보 공유가 가능했던 거죠. 강 이사는 내수시장과 영업에 자신 있었고, 저는 수출과 내부관리에 자신 있었고. 서로 합치면 분명 시너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두 사람은 지난 해 배경률 대표의 이름으로 ‘선진&VIP’를 탄생시켰다. 왜 배경률 대표를 사업자로 했느냐는 질문에 강 이사는 대답은 명쾌하다.
“간단해요. 배 대표가 관리를 잘하니까요.”
전국망 갖춘 자동차용품 도매상으로
함께 한지 이제 1년. 서로를 믿고 마음껏 장점을 펼칠 수 있어서일까. 사업은 나날이 상승세다. 현재 충북 음성의 공장에 4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분주하게 상품을 만들고 있고 인천 창고에는 3명의 직원이 대기하며 수출입 관리 및 물류배송을 맡고 있다. 서울 사무실은 인근 인터넷 소매업자들이 주문을 마감하고 줄지어 드나든다. 현재 물건을 공급해주고 있는 인터넷사업자들만 300여 곳. 거기다 부산, 울산, 대구, 대전, 포항 등 대도시마다 총판은 물론 중소기업 이상의 규모를 자랑하는 기업형 자동차 동호회에서도 VIP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대시보드커버와 바디커버, 메모리폼 쿠션, 스마트키홀더 등 효자 상품의 인기는 여전하다. 최근에는 오토캠핑 관련 용품으로 ‘루프백’과 ‘자전거캐리어’ 등도 다양한 품목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루프백은 타포린 방수원단을 사용하고 2단 확장 기능 특허를 낸 제품으로 지난해 첫 시도한 1000개를 완판하는 기록을 세웠다.
오랜 기간 자동차 용품 업계에 몸담아온 강병규 이사는 한편으로 성급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솔직히 아직 우리나라 자동차 용품 시장이 그리 크지 않아요. 집 다음 차를 아낄 정도로 자동차를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꾸미고 가꾸는 데는 크게 투자하지 않는 편이죠. 앞으로 정책적으로도 자동차용품 시장이 활성화될 전망이라고 하니까 당장은 무리하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면서 가고 싶어요.”
배경률, 강병규 두 남자의 일차적인 목표는
“즐겁게 사이좋게 늙어가자! 10년 20년 뒤에도 돈독한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큰 돈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죠.”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앙상블이 앞으로 자동차 액세서리 용품 업계에서 어떤 빛을 발하게 될지 벌써 기대된다.
글.사진_배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