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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고 용접면 (주)오토스 허문영 대표이사


기술력과 아름다움 모두 올킬

세계최고 용접면 (주)오토스 허문영 대표이사





내 모든 걸 주겠소!

2005년경이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야심차게 수출활로를 개척했다. 미국 프랑스 등으로 6만개 제품을 수출했다. 그런데 아뿔싸! 제품을 보내고 불량을 발견했다.
“대표님, 큰일 났어요. 이게 처음에는 모르지만 사용하다가 중간에 불량이 나는 진행성 불량이에요. 어쩌지요?”
허문영 대표는 그날 딱 하루 고민했다. 이튿날 해외 바이어들에게 전화와 메일을 돌렸다.
‘우리 제품에 불량이 생겼습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쓰다보면 불량이 날 겁니다. 굉장히 죄송합니다. 내가 가진 재산 모두 줄 테니 우리 공장만 살려주시오.’
대충 시간을 보내며 반응을 볼 수도 있었지만, 소위 이쪽에서 먼저 깠다. 그랬더니 최대 거래처인 미국의 한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당신의 도발이 맘에 든다. 더욱 신뢰가 가니 계속 거래를 하자. 사용하면서 불량이 생길 때마다 제품을 교환해 달라. 오토스의 제품이 워낙 특별해 우리로서도 다른 대안은 없다. 바꿔주기만 하면 계속 거래를 하고 싶다.’ 프랑스 등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반응이 왔다.
“불량에 대해서는 토를 달면 안 됩니다. 돈을 아끼지 않고 대처해야 하고요, 꼼수를 쓰면 안 됩니다. 그때 내 재산, 내 목숨 다 내놓고 갚아주겠다 했죠. 그랬더니 그 거래처가 지금도 우리랑 거래를 해요. 당시는 앞이 캄캄했는데, 잘했다 싶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솔직하게 대처할 겁니다. 불량은 항상 생길 수 있으니까, 그때마다 제 모든 걸 걸고 헤쳐 나갈 겁니다.”
1975년 막 제대를 한 청년은 대구에서 서울로 상경했다. 해인사에서 재수까지 하며 들어간 대학도 딱히 적성에 맞지 않았고, 이대로 계속 시원찮은 학점만 받다가는 아버지한테 몽둥이 찜질만 날아올 것이 뻔했다. 잘 할 수 있고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기로 했다.
구로공단(현 구로디지털단지)의 한 안테나 공장에 취직했다.

 
스포츠 고글 회사에서 산업용으로 분리

“3년간요, 밥도 안 먹고 죽을 둥 살 둥 일을 했어요. 점심도 옳게 안 먹었다니까.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고.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지. 그래도 그때 많이 배웠어요. 영업, 무역, 구매, 이게 다 한눈에 들어오더라고. 그때는 일 가르쳐준다하면 월급도 잘 안주고 그랬잖아요. 3년 있다가 한바탕 싸우고 나왔어요. 다시 대구로 내려왔는데 할 게 없었고, 사람은 그래도 서울로 가야한다 해서 다시 서울로 갔어요. 그리고 지금 이 자리(현 오토스 자리,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소재)에 OGK라는 업체가 있었는데 마침 거기서 일을 하게 됐어요.”
지금도 남아있는 경상도 억양. 그는 경상도 사나이 특유의 기질로 거친 타지 생활을 헤쳐갔다. OGK는 스포츠 고글분야에서 우리나라 1위이자 세계 1위 기업. 그때만 해도 작게 시작할 때였다. 구로의 일본식 생산라인에서 본 게 큰 도움이 됐다. 아는 게 있어 몇 번 지적을 하자 ‘그럼 네가 한번 해 봐라’ 이렇게 됐다. 사업이 소질이 있었든지 뭐든 닿기만 하면 원리가 금방 파악됐다. 그 회사와는 약 7년 후 서로 분리키로 했다. OGK는 스포츠 방면에서, 그리고 허 대표는 스포츠 이외 산업 분야로 특화를 시켰다. 분리 후 몇 년간은 서로 구분이 뚜렷하지는 않았다. 점차 사업체를 완성해가면서 OGK는 스키 고글의 일인자로, 오토스는 산업보호구의 일인자로 자리를 굳혔다. 우리나라에 이런 숨어있는 세계최고 기업이 있는 줄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그들의 땀과 노력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사업은 운이라 하지만 난 운을 믿지 않아요. 항상 연구하고 긴장해야 합니다. 현장의 변화와 고객의 요구 변화, 이걸 동물적으로 감지해야 하고, 그 감각과 노하우가 몇십 년 쌓여야 제조라는 바퀴가 굴러갑니다.”


 

해외로 가자… 명품이 되자

 
1998년 IMF가 왔다. 분리 후 10년간 국내시장에서 열심히 커왔던 오토스. 이대로 쭉 가나 싶었는데 암초에 걸렸다. 그는 보따리를 쌌다. 그간 벌어놓은 자본을 바탕으로 미국 독일 등 해외 전시회가 열리는 곳마다 전을 펼쳤다.
“처음엔 부스를 열어도 돌아보지도 않더만요. 아시아에서 왔다고 하니 ‘일제냐’고 묻더라고요. 아니다, 한국산이다 하면 바로 가버려요. 그렇게 3년을 누가 쳐다보지 않아도 주구장창 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해외 안전전시회에 가장 먼저 얼굴을 낸 사람이 아마 나이지 싶어요. 그때 정말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현장에서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었고, 변화를 감지하는 소위 ‘촉’이란 걸 잡았습니다. 그래서 3년째에는 데칼(특수 도색)이라는 기법을 넣어서 아주 화려한 용접면을 만들었어요. 기존의 용접면은 까맣거나 단순한 게 전부였잖아요? 그런데 이 용접면을 스포츠나 오토바이 헬멧처럼 화려하게 디자인 했죠. 그랬더니 다들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주문이 들어오는 거예요. 얼마나 인기가 좋았냐하면, 파는 우리가 물건 받는 쪽을 고를 정도였다니까요.”
용접면 1위 기업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디자인부터 그 속에 들어간 기능까지 다각도의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오토스에서는 국내외 용접면 업체 중에서 가장 다양한 제품군이 나오고 있다. 어떤 바이어가 중국 제조사와 결탁해 모방품을 만들어낸 적도 있다. 그렇게 고비를 맞을 때면 또 한달음 달아날 궁리를 해야 한다.
“벤츠와 국산 자동차의 차이점이 뭐예요? 부분 부분 떼어놓고 보면 다 같은데 결합해보면 묘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게 명품의 특징입니다. 오토스 용접면은 데칼과 디자인, 그 모양의 곡선처리, 그 안의 기능까지 누가 따라하더라도 금세 흉내낸 티가 나도록, 도저히 못 따라오도록 디자인을 합니다. 이게 우리 비법이에요. 종합해 보면 차이나는 아우라, 산업제품에서도 이걸 가져야 승부할 수 있습니다. 그냥 모양만, 기능만, 어떤 한 부분만 같으면 금세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따라와요. 못 따라오게 계속 연구해야 합니다.”
 
산업은 디자인이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석권
 
오토스는 그동안 KS(한국표준규격), 안(한국산업안전규격), ANSI(미국안전규격), NIOSH(미국보건안전규격), DIN(독일안전규격), CE(유럽안전규격), CSA(캐나다안전규격), AS(호주안전규격) 등 안전규격을 획득했다. 또한 아시아 업체로는 최초로 자동전자용접면 관련 DIN인증(2006년 7월), ANSI인증(1998년 3월), CE인증(1999년 2월), CSA인증(2004년 9월)을 획득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품질을 인증 받았다. 세계가 인정하는 ‘카멜레온 자동전자용접면 시리즈’를 필두로, 최고의 기술과 디자인을 자랑하는 ‘에이스 자동전자용접면 시리즈’와 ‘이지스’를 개발했다. 
특히 올해 6월, 자동용접면 이지스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iF디자인 어워드’, ‘IDEA’등 세계 최고 권위의 3대 디자인 어워드를 한해에 휩쓸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우리나라 산업제품에서 최초의 일이며, 세계 눈 보호구 100년 역사상 최초이다. 단순히 모양만 좋다고 받는 상이 아니다. 산업디자인이란 눈으로 보는 디자인과 산업의 기능적 디자인을 포괄하는 것으로, 이 3대 상은 인류의 산업에 기여하는 면이 있을 때 수상 결정을 내린다. 혁신성, 심미적 우수성, 상품성, 기능성, 생산 효율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면까지 본다. 오토스는 보안경부터 고글, 산업용 도수 보안경, 자동전자용접면까지 눈 보호구에 있어서는 최고의, 또 최다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 핵심기술은 고글이나 보안경에서 단순 드러나는 렌즈가 아니다. 특히 용접면에서 눈을 가리는 것은 LCD 재질. 즉 오토스의 핵심기술은 이런 보호성과 기능성, 혁신성, 상품성, 미적 특수성 등을 두루 갖춘 사용자 중심 현장 적응성이다. 이를 통틀어 최근 산업계에서는 ‘디자인’이라 한다. 기획에서 생산을 거쳐 사용자에게까지 이르는 모든 기술의 통칭이다.
허 대표는 디자인 분야 그랜드슬램으로 화제가 되자 “우리나라의 안전보호구가 세계 최고 제품으로 평가받는 것인 동시에 최고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함을 말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요즘 불경기라 좀 힘듭니다. 국내 조선업이 불황인데다, 해외로 나가있는 우리나라 조선소에 제품을 보내려면, 그 현지에서 우리기술을 따라할까봐 걱정도 되어요. 이 용접면도 우리 조선기술력의 한 과정이니까요. 그만큼 산업현장은 전쟁입니다.”
허 대표는 오토스가 우리나라 산업성장과 함께 커왔다고 인정했다. 1985년 안전용품에 대한 국내 규격과 법규가 생겨났고 여기에 맞춰서 제품을 공급하며 오토스에게도 행운이 왔다는 것. 그래서인지 그의 나라사랑은 특별하다. 

 
유통사 제조사 뜻 모아 고객의 소리 듣자
 
“국가성장이 우리같은 제조사에겐 기회였고 성장동력이었죠. 앞으로 이전과 같은 호시절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의 경제상황은 걱정이 앞섭니다. 제조업의 미래가 어떠냐, 물으면 선뜻 답하기 어려울 정도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디자인 개발, 그리고 나라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자세가 꼭 필요하다는 겁니다. 언제든 내 모든 걸 바칠 각오, 그게 제조의 정신입니다. 제조가 없으면 유통도 없거든요.”
아침에 사장실로 들어와 일을 보다보면 어느 듯 창밖이 깜깜해지기 일쑤다. 일을 떠나 혹 더 하고 싶은 건 없는지 물었다.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은 술 한 잔 하면서 말해야지(웃음). 내가 개인적으로 뭘 하고 싶다 하면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 우리 직원들이 얼마나 실망하겠어요? 저 직원들이 이제까지 내 밥을 먹여줬잖아요. 미국 출장을 서른 번 넘게 가도 늘 가던 데만 갑니다. 다른 데는 눈을 안 돌려요. 난 노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이미 이 오토스를 세울 때부터 직원과 회사를 위해 살도록 내 팔자가 짜여져 버린 것 같아요. 더 이상 다른 선택, 다른 생각은 없습니다. 계속 1등을 지켜갈 거고요, 국가에 더 크게 기여할 생각입니다.”
허 대표는 오토스의 최고 자원으로 ‘사람’을 꼽았다. 직원은 물론 오토스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 등 모든 사람이 제 1의 가치이다. 자세를 낮춰 고객의 소리를 들을 때 고객이 오토스의 기술력을 성장시켜 준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유통사 제조사 구분할 것 없이 고객의 소리를 듣기 위해 힘을 합치자고 주문한다. 
“앞으로는 더욱 하이테크닉 기술로 가야 합니다. 물론 최고급 제품이면서 가격경쟁력 면에서도 우위를 보여야 합니다만, 무엇보다 뛰어난 기술력만이 유럽 등의 외국 경쟁사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다 함께 현장의 소리를 더 낮은 자세로 들었으면 합니다. 우리나라가 산업안전에서는 앞서가는 나라가 아니었는데 이만큼 해냈습니다. 앞으로 더 잘 할 것이라 봅니다. 지금 힘들다 하지만 핵심기술, 핵심 디자인만 가지면 얼마든지 이겨내리라 생각합니다. 다 함께 힘을 냈으면 합니다.”

글 _ 서상희·사진 _ 박성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