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조합과 제조사 손잡고먼지커버 사업 뛰어들다
‘345 드릴 비산먼지 커버’ 디딤텍 & 시흥유통진흥사업협동조합
건강에 치명적인 비산먼지
기존 먼지커버 불편해 페트병 잘라 사용도
최근 건설현장의 미세먼지에 관한 안전문제가 이슈다. 드릴작업을 하면서 발생하는 콘크리트 가루와 먼지. 특히 천정작업을 하면서 떨어지는 ‘비산먼지’는 굵은 입자부터 초미세먼지까지 작업자의 눈과 호흡기로 들어 갈 수 있다. 당장은 표가 나지 않기 때문에 위험성을 느끼지 못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안구질환 및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이다. 디딤텍 우호식 대표는 이러한 비산먼지로부터 작업자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지를 막아주는 보조 공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 때 건설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던 그가 3년 전 현장작업자를 만나게 되면서부터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한 친구를 알게 됐어요. 그 친구가 드릴 작업을 많이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눈도 많이 충혈 되고 건강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이는 거예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앙카 드릴 작업을 하면서 떨어지는 시멘트 가루와 먼지를 많이 맞았다고 하더라고요. 공사할 때마다 눈·코·입으로 들어가게 되잖아요.”
걱정스런 마음에 공사현장을 직접 찾아다녀봤다. 실제로 앙카 드릴 작업을 하면 먼지가 많이 발생해 작업자들은 언제나 곤욕이었다. 스스로 페트병이나 PVC파이프, 라바콘, 보온재 등을 먼지를 모을 수 있는 형태로 잘라 드릴에 끼워 사용했다. 그러나 매일 만들어 쓰기 힘들고, 먼지가 드릴에 끼어 쉽게 고장 나기 일쑤였다. 여기서 먼지커버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조금 이상한 부분을 느낄 것이다. 기존 국내외 공구제조사에서 개발한 먼지커버 제품들이 판매되고, 건설사에서도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규정이 있는데 왜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인지. 우 대표에게 물어봤다.
“저도 그게 이상했어요. 그런데 작업자에게 물어보니까 답이 나오더라고요. 기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중저가의 먼지커버 제품들은 먼지를 걸러내 주는 기능은 확실하지만 공사의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아요. 앙카 드릴 작업에는 정확한 길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 얼마나 제대로 들어갔는지 확인하고 싶어도 먼지커버가 시야를 막기 때문에 작업자가 일하기엔 너무나 불편한 거예요. 먼지 제거 기능을 하면서도 천공 깊이의 정확한 조절 작업이 가능한 제품도 있었는데, 그건 가격이 15만원 정도로 아주 비싼 것뿐이었어요. 또 모터가 달려있어 작업하기 무거웠고요. 그래서 아무리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이 있어도 쓰지 않고 직접 페트병을 잘라 먼지커버 대용을 만들기도 해 왔던 거예요.”
평소 특허품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먼지커버를 개발할 수 없을까 고민을 거듭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개발에 착수한 건 지금으로부터 불과 1년 전이었다.
3~5cm 정확한 깊이 측정, 가격도 저렴
모든 드릴에 쓰는 ‘345드릴 비산먼지 커버’
“처음에는 먼지커버를 깔때기 모양으로 만들어봤어요. 천장에서 135도 각도로 떨어지는 먼지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먼지를 받는 가장자리의 면적이 넓어져야 하더라고요. 넓이가 16cm나 됐어요. 또 제품 상단이 크다보니까 눕혔을 땐 비스듬해지고 찌그러질 염려가 있었어요. 실용성이 없었습니다.”
2차 시도에 돌입했다. 2단 조립방식으로 구성하고 여러 기능을 추가해봤다. 먼지를 잘 담아냄과 동시에 드릴 안으로 튀지 않게 내부 커버를 만들고 드릴에 맞는 길이 조절, 깊이 조절 등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역시 실패. 모든 기능을 담아내기엔 2단 조립 방식으로는 부족했다. 결국 다시 금형작업을 거쳐 3단 조립방식을 채택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처음엔 도면을 그릴 줄도 몰라 엑셀 프로그램에 줄을 이리저리 그어보며 아이디어를 그려내던 우 대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이름은 제품 특징을 따 ‘345드릴비산먼지커버’라 붙였다. 그 뜻이 궁금했다.
“앙카 작업 시에 천정을 뚫는 거의 모든 깊이가 3cm, 4cm, 5cm 중 하나예요. 더 깊게 천공하면 콘크리트에 매설된 전기 배선이 잘려버리거나 노출될 수가 있어요. 반대로 얕게 들어가면 무거운 물체를 달 경우 떨어질 위험이 커요. 공사 중에도 사고가 날 정도기 때문에 정확히 뚫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경제적이지도 못하죠. 구멍 200공 뚫을 수 있는 비트도 비효율적인 작업으로 닳게 돼 180, 190공 밖에 못 내게 되고요. 그래서 대부분의 작업자들이 깊이 측정을 위해 드릴에 마킹을 하거나 테이핑으로 표시를 해왔어요.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345드릴비산먼지커버는 비트의 길이를 3/4/5cm 정확히 재서 작업할 수 있도록 눈금 고정부를 만들었어요.”
디딤텍 먼지커버는 원형고무캡이 씌워진 비산먼지통과 뚫는 깊이를 정확히 잴 수 있는 눈금조절장치, 그리고 드릴에 체결시켜 다양한 비트 길이에 맞게 먼지커버 길이도 조절 가능한 받침대 등 총 3단으로 구성돼 있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모든 함마드릴 제품에 비산먼지커버를 끼워 천공 깊이에 맞게 3/4/5cm 눈금을 맞추기만 하면 된다. 소형 스프링이 사용돼 드릴 작업을 하면 제품 상단이 눈금까지 눌렸다 되돌아오길 상하반복하게 된다. 뚫는 깊이를 정확히 잴 수 있기 때문에 윗부분은 투명하지만 아랫부분이 불투명한 플라스틱(PP·폴리프로필렌) 재질임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사용 후 먼지통이 분리돼 드릴 사이에 먼지가 낄 염려도 없다. 작업 시 충격과 소음을 최소화하는 원형고무캡은 드릴비트와 수평으로 맞춰져 각도가 휘지 않도록 수직도를 체크할 수 있다. 무게는 485g으로 가볍다. 소비자 가격도 2~3만원대로 저렴하다.
‘편리성, 건강, 환경보호까지 책임진다’
시흥유통조합과 업무협약… 전국 총판 체제 갖춰
시흥유통진흥사업협동조합(시흥유통조합) 최우철 이사장은 지난 12월 9일, 디딤텍과 345드릴비산먼지커버에 대한 전국 총판권 업무협약을 맺고 제품을 출시했다. 판매는 서울 금천구 시흥유통상가 조합원 공구상을 시작으로 전국 판매망으로 넓히고 있다. 출시 한 달 만에 1천여개가 팔렸다. 제조는 제조사가, 유통은 유통조합이 확실히 맡아 걱정 없다.
“아직 먼지커버 상품의 기능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들이 있어요. 그럴 땐 사용법과 함께 특장점을 소개해드리면 개인 고객의 경우 100% 구매해 가시더라고요. 반응이 좋아요. 기존엔 이렇게 편리하고 저렴한 제품이 없었으니까요.”
최우철 이사장은 현재 시흥유통상가의 투명한 관리를 위한 시스템 수립과 함께 타 조합과의 협업으로 장갑, 농산물 공동구매 등을 추진하며 조합의 발전에 힘쓰고 있다. 그는 현재 상가 안에 전동공구 전문점 ‘금영테크’를 운영하면서 지인을 통해 디딤텍의 특허품을 알게 됐다. 앞으로의 건설업계는 환경과 안전이 주요 패러다임. 시장흐름에 맞는 품목인 디딤텍의 먼지커버를 사업 아이템으로 선택한 이유다. 현재 345드릴비산먼지커버는 각 조합원이 대리점 형식으로 재고를 비치하고, 협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동구매 사이트 ‘공구다’를 통해서도 판매하고 있다.
“근로자의 안전과 품질 모두를 만족시키고, 환경을 생각하는 미래 지향적인 제품입니다. 실용성과 경제성을 갖춘 경쟁력 있는 제품이라고 자부합니다. 올해 연간 1만5천개 이상 판매가 목표예요.”
디딤텍 우호식 대표 역시 앞으로 건설현장의 환경규제는 강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업자들도 많아져 먼지커버 품목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환경법 기준을 보면 비산먼지 발생 시 방지대책을 세우게끔 되어 있어요. 그런데 지금껏 현장에 적합한 제품이 없었기 때문에 공사현장에 먼지커버를 보급해줘도 실용성이 없어 잘 쓰지 않았던 거예요. 환경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어요. 중국발 황사, 경유차 미세먼지, 화력발전소 초미세먼지 등이 많은 문제가 되고 있는데 사실은 수많은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아주 심각한 거예요. 바람 불면 도심으로 다 퍼지게 되거든요. 비산먼지커버가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역할해주길 바랍니다.”
글·사진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