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관공서가 주문하는 알루미늄 사다리
부성산업
사다리의 최종진화 ‘알루미늄‘사다리
사다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가볍고 견고한 알루미늄 사다리다. 그러나 1980년대만 하더라도 사다리는 보통 목수들이 나무로 만들던 나무사다리거나 철봉을 용접해 만든 무거운 철사다리가 대부분이었다. 나무사다리는 쉽게 손상이 가서 위험하고 철사다리는 쉽게 부식하고 무거워 사용이 불편했다. 그러나 가볍고 튼튼한 알루미늄 사다리가 나오면서 산업현장은 보다 안전해졌다. 부성산업의 김병기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사다리 제작에 사용되는 알루미늄은 건축현장에 쓰이는 합금AL재질이 다릅니다. 건설현장에 사용되는 알루미늄보다 강도가 훨씬 강해요. 사다리 제작에 쓰이는 알루미늄은 순수 알루미늄이 아닙니다. 알루미늄에 마그네슘, 구리, 시리콘 등을 함께 녹여 합금알루미늄 만들어요. 그래야 알루미늄도 열처리가 가능하죠. 합금을 할 때도 80년대에는 한국에 합금에 필요한 데이터가 제대로 없었어요. 그래서 일본의 책자를 보고 만들기도 했죠. 그런데 책 속의 데이터와 현실이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합금을 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알루미늄도 너무 단단하면 부러지고 너무 무르면 휘어집니다. 부러지지도 않고 휘어지지도 않는 그런 합금알루미늄을 사용해서 만드는 것이 사다리입니다.”
알루미늄 사다리라고 해서 다 같은 사다리가 아니다. 사다리도 구성하는 알루미늄 소재가 두꺼우냐 아니냐에 따라 그 품질이 달라진다. 부성사다리는 타 제품에 비해 두꺼운 합금알루미늄을 사용하기에 가격대가 조금 높고 중량도 타 제품에 비해 더 나간다. 하지만 그렇기에 시중의 알루미늄 사다리 중 가장 튼튼하고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하다.
알루미늄과의 인연으로 시작
부성산업이 처음부터 알루미늄 사다리를 제작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알루미늄형재을 판매하는 대리점이었다. 김병기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알루미늄 압출가공업체에 취직해 설계일을 했던 것이 알루미늄과의 인연이었다고 한다.
“1970년대에 알루미늄 압출 가공업체가 대구에 3군데 밖에 없었습니다. 알루미늄이 ‘괴’형태로 들어오면 녹여서 형재압출했죠.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기술이 미약했죠. 기술진들이 서울 부산에서 스카웃해서 대구로 오던 당시였어요. 그런 시절에 알루미늄압출업체에 취직해 근무 했죠. 그래서 이름만 대면 알루미늄 업계 사람들은 서로서로 다 아는 사이였어요. 다니던 회사가 TV 수신기 안테나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는데 그때 그것으로 많은 매출을 올렸던 것이 기억 납니다. 그러다 군대를 갈 때가 되어서 운 좋게 미 2사단 카투사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그 당시에 미군이 쓰는 사다리는 국내에서 보지 못했던 고강도합금 알루미늄 사다리더라고요. 그것을 마음에 품고 1981년에 제대를 해서 1982년 알루미늄 압출형재 대리점 사업을 시작했죠. 그러다 합금알루미늄으로 사다리 제작을 시작했어요.”
현재 부성산업은 사다리 제작업계의 선두주자다. 다른 업체에서 만들지 못하는 사다리도 부성산업은 만들 수 있다. 주문 맞춤 사다리 제작에 특화된 업체로 이름이 높아 각종 대기업의 현장에서 주문이 쏟아진다. 일반적인 기성품도 제작하지만 Working step AL작업대 주문제작에 주력한다.
제작이익 보다 고객안전 생각해
알루미늄으로 사다리를 제작하니 시장의 반응이 좋았다. 알루미늄 사다리를 알리기 위해 화물차에 사다리를 가득 싣고 전국을 돌면서 제품을 선보이고 판매했다.
“1982년도에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기에 사다리 생산이 많지는 않았죠. 한 달 생산량이 300대 되었을까요? 나무 사다리보다 훨씬 비싸기에 알루미늄 사다리는 고급품에 속하는 제품이었어요. 그래도 써보니 생각보다 가볍고 튼튼하고 좋거든요. 조금씩 알루미늄 사다리가 알려지면서 주문도 늘어가더군요. 트럭에 사다리를 가득 싣고 전국의 조립식앵글대리점,공구상을 돌면서 사다리를 판매했죠.”일반적인 알루미늄 사다리 제작은 그렇게 큰 기술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후발주자인 경쟁사에서 용접이 아니라 조립형식으로 제품을 제작하고 알루미늄 형재 두께를 얇게 만들어 단가를 낮춘 사다리가 나왔다.
“너무 얇은 두께의 알루미늄 사다리는 위험합니다. 가격이 저렴한 것은 저렴한 이유가 있어요. 저도 알루미늄 형재 두께를 얇게 제작해 가격 경쟁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꼼수라고 생각됩니다.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품질을 떨어뜨리면서 까지 판매하고 싶지 않았어요. 용접을 고집하는 것도 그래요. 용접을 해서 사다리를 만드는 것이 훨씬 튼튼하거든요. 그런데 제품 가격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주력 상품이 주문제작 사다리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IMF 위기 넘기고 대기업 납품받아
후발주자가 일반적인 알루미늄 사다리 제작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하지만 품질은 가장 뛰어났기에 품질 좋은 사다리 하면 ‘부성사다리’라는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IMF라는 위기가 찾아온다.
“저희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위기였죠. 사다리가 판매되면 업체에서 돈을 입금해야하는데 사다리 자체가 팔리지 않았으니 힘들었고요. 그런데 IMF 전에도 수금이 힘들었거든요? 트럭에 사다리를 싣고 각 지역의 거래처에 판매를 했는데 물품대금을 받기 참 힘들었어요. 돈을 받아도 어음으로 받는 경우도 있었고요. 오히려 저는 그때 IMF 위기를 사업 방식을 변화시킬 기회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때 많은 거래처를 정리했고 대형 사다리 주문 제작을 중점으로 변화 했어요. 평소에도 받기 힘들던 수금이 더욱 안되니 IMF는 참 힘들었던 위기라고 생각됩니다.”
힘겨운 IMF를 극복하자 마침 조선소에 사다리를 납품해야 할 기회가 왔다. 영업사원을 영입하고 조선소에 납품을 하자 다른 기업체에서도 알루미늄사다리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형 사다리, 제작은 물론 배송까지 완벽해
알루미늄으로 일반적인 사다리를 제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대형 사다리 Working step을 제작하는 것은 상당한 기술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대형 사다리는 일반 사다리와 달리 갖추어야 할 것이 많다. 발판이 늘어나고 발판의 수평이 정확해야 한다. 발판 하나라도 수평이 어긋나면 처음부터 다시 제작을 해야 하는 것이 알루미늄 사다리다.
“조선소나 제철소,원전 등에서 사용되는 알루미늄 사다리는 그 규모가 상당합니다. 공군 전투기를 수리할 때도 필요한 것이 Working step 계단작업대 죠. 필요한 사다리의 높이나 넓이가 산업 현장마다 다 달라요. 크기가 천차만별이라 그래서 주문제작을 해야 합니다. 6미터 높이의 대형 사다리를 제작하는 경우도 있기에 저희 공장의 천장이 높고 입구도 크죠. 대형 사다리 제작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많은 노하우와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사다리 용접이 잘못 되었다고 발판 수평이 안맞다고 절단해서 다시 용접할 수는 없거든요. 운송 중에 파손이 되어서는 안되고요. 현장의 요구조건에 맞는 제품으로 주문이 제대로 들어가야 하는지 확인도 필요합니다.”
현행법상 100인 이상이 근무하는 사업장에서는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안전규정(KOSHA GUIDE,G-85-2012)확인과 규정에 맞춘 사다리를 납품해야 한다. 대기업이 요구하는 안전보건공단의 규정에 맞춘 대형 사다리를 제작할 수 있는 업체는 현재 부성산업 뿐이다.
“조선소, 제철소,원전 등 각종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제품을 만들면서 이제는 자부심도 느낍니다. 제품 가격이 천만원이상 달하는 초대형 사다리는 배송비용도 백 만원이 넘어요. 우리가 찾지 않더라도 대기업에서 부성산업을 먼저 알아주고 찾아 주문한다는 사실도 기분이 좋죠. 앞으로도 부성산업은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 최고의 사다리를 제작할 겁니다.”
부성산업이 제작하는 제품은 계단식 작업대부터 선박 작업용 특수 사다리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그만큼 각종 산업 현장에 필요한 다양한 사다리를 납품한 경험의 결과물이다. 사다리 품질에 있어서는 양보하지 않고 노력해 국내 최고를 자부하는 부성산업의 미래가 밝다.
글·사진_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