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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시장 개척한 국내 토종 측정기 (주)서미트

해외시장 개척한 국내 토종 측정기

SUMMIT (주) 서미트

세계적인 IT 강국인 우리나라의 계측기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일반 전자제품은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 제품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고 있지만 계측기와 같은 국내 측정기 시장에서는 미국이나 일본, 독일산 제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 유일하게 계측기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튼튼한 기술력으로 미국, 독일, 영국 등 세계 20여개의 나라에 제품을 수출하는 계측기 전문 제조회사가 국내에 있다. (주) 서미트가 바로 그 곳. 각종 온도계, 온습도계, 풍속계, 연소가스분석기 등 다양한 계측기를 최고의 품질로 세계시장에 선보이는 서미트를 찾아가 보았다.


처음부터 목표는 해외시장

예나 지금이나 국내의 계측기 시장은 일본 혹은 미국 제품이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과거 일본의 식민지였고 또 그 이후에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산업화를 이루었기에 많은 기술자들이 예전에 써온 익숙한 브랜드 익숙한 제품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
“설립 당시부터 국내시장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국내 기술자들은 외국제품을 주로 사용했고 또 설립 당시인 84년도에는 국내 계측기 시장이 그리 크지 않았거든요.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을 목표로 제품을 개발하고 그래서 설립 후 3년만에 우수 수출기업이 될 수 있었습니다.”
국내만을 바라 보면 그 시장은 한계가 있지만 전세계를 보면 시장은 무한한 법이다. 서미트의 이용대 대표는 그래서 처음부터 해외시장이 목표였다고 한다.




카투사 복무에서 계측기 제작까지

이용대 사장은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인 지금도 해외 영업의 최일선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일년 열 두달 중 석달은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그런 이용대 사장에게 어떻게 계측기 제작을 시작했는지 물어 보았다.
“처음부터 계측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닙니다. 사연이 길죠. 저는 군대를 카투사에서 나왔어요. 카투사 복무를 마치고 대학 졸업 후 기업에 들어가 일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그 당시에는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드물잖아요. 영어보다는 일본어 잘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영어를 하는 사람이 회사에서는 제가 유일했죠. 그래서 회사 손님을 접대하는 자리에 미국인 손님이 오게 되면 내가 자주 나가게 되었고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그 분이 외국 바이어라 일본에서 물건을 수입을 하는데 앞으로는 일본이 인건비가 오르니 앞으로는 한국에서 미래가 있다 하는 거예요. 손님들로부터 여러 가지 정보를 그렇게 얻을 수 있었죠. 계측기 관련된 정보라던가 세계 시장의 흐름이라던가. 그때 계측기 제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영어를 잘하는 청년이었기에 회사 생활을 하면서 계측기 관련된 서류나 정보문서를 번역하는 일도 잦았다고 한다. 그렇게 계측기 관련 지식을 쌓으면서 공부를 한 것이 사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카투사로 군 복무를 하면서 쌓은 영어실력이 계측기 사업을 하게 만든 계기가 된 것이다.


배짱 하나로 독일에서 물건 팔기

1984년 이용대 대표는 뜻이 있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 기업을 설립했다. 힘들게 제품을 만들었지만 국내시장은 어림없고 해외시장에 꼭 진출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고.
“처음 회사를 설립하고 제품을 개발 할 때에는 계측기 시장도 디지털쪽으로 변화되는 시점 이었어요. 아날로그 계측기와 디지털 계측기는 완전히 다르거든요? 그래서 일본이 우리보다 조금 앞섰지만 완전히 뒤쳐진 것은 아니었던 셈이죠. 그래서 서둘러 계측기 시장에 도전하게 된 것이고. 그런데 그때 당시 국내는 밀수를 해서까지 일본 계측기를 수입해 팔던 시절이었어요. 국산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국내에는 없었죠. 국내 시장가지고는 안되겠다. 아무래도 국내 시장에서는 반응이 시원찮으니 해외로 나가자 해서 해외로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용대 대표는 계측기 샘플로 가득찬 커다란 가방 하나만을 들고 독일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때는 독일에 가는 것도 그렇게 힘들었어요. 냉전이 한창인 시절이라 독일도 동독 서독으로 나뉘어 있었거든요. 그래서 가기전 안보교육도 받고 서약도 하고 그렇게 어렵게 고생해서 독일땅을 밟았죠. 그런데 고생은 거기서부터 시작이었어요. 독일에 뭐 아는 사람이 있나. 뮌휀에서 가장 저렴한 호텔에 들어가 전화번호부를 찾아서 계측기 관련된 회사에 일일이 전화를 했죠. 영어로 이차저차해서 한국에서 여기까지 왔다. 만나달라. 그랬더니 무시하는 사람 타박하는 사람 웃으면서 한번 찾아오라는 사람 다양한 반응을 받았죠. 그런데 다섯 명 중 한명 정도는 만나주겠다고 하더군요.”
높은 기술력을 가진 독일인들 눈에는 초창기 서미트의 계측기가 우스워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독일인들이 이용대 대표의 열정과 패기에 여러 조언과 더불어 거래를 시작했다. 그렇게 서미트의 계측기가 해외에 진출하게 된다.




힘들었던 기술 개발과 중국진출

지금과는 달리 초창기 서미트의 제품은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았고 그 부족한 점을 메꾸기 위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승부를 거는 서미트기에 최고 품질을 유지해야만 했다.
“계측기 기술개발이 상당히 어렵죠. 우리나라에 계측기 관련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지금도 많지 않아요. 하물며 초창기 때는 어떠했겠어요. 계측기는 상당한 정밀도를 요구하는 제품입니다. 또 다양한 환경에서 오작동도 없어야 하구요. 초창기에는 다른 나라 선진국 제품을 사서 뜯어보고 연구하고 그렇게 키웠죠. 또 국내 관공서의 도움을 받으려고 해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한국 전력의 협조를 어렵게 얻어 기술을 개발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기에 우리가 직접 변압기를 설치하는 등 많은 투자를 해야 했어요.”
그렇게 어느 정도 품질에 자신감을 찾을 무렵 대한민국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6·29민주화선언이 일어나고 국내의 인건비도 크게 상승되기 시작한 것이다. 서미트가 가졌던 가격경쟁력도 약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서미트는 중국에 진출하게 된다 .


중국에서 희망을 걸고 공장을 이전해

서미트가 중국에 진출했던 것은 1992년으로 무척이나 빠른 시기다. 중국 정부가 해안 지역을 개방하여 외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한 것이 1987년부터니 중국이 개방한지 불과 5년이 지났을 때 진출 한 것.
“그런데 그때 시대의 흐름이 중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꾸준한 독서로 중국에 진출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거든요. 일본의 인건비가 올라 한국 제조업에 기회가 있었듯이 한국에서도 인건비가 오르니 제조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서둘러 중국에 진출하는 것이 옳았죠. 그래서 지금도 연구소나 영업은 국내에 기반을 두고 제조는 중국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중국에 진출을 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용대 대표는 특유의 배짱과 친화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중국에 안착을
했다. 그 후로 서미트는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정확한 품질과 AS가 장점

지금 현재 서미트와 거래하는 회사들은 세계적인 대기업들이다. ‘그레인저’, ‘브리티쉬 가스’, ‘스코티쉬 가스’와 같은 대기업들에게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유럽에 진출을 하면서 제품 규격을 영국 규격에 맞추니 영국 규격을 따라 쓰는 호주나 뉴질랜드 같은 나라에서도 서미트를 자연스럽게 찾는다고.
“영국 제품을 쓰던 영국인들이 서미트가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으니 한번 쓴 사람은 계속 찾더라고요. 세계적인 큰 기업에서 제품을 찾으니 다른 기업도 우리 제품을 써보자고 하고 그렇게 해외에서 서미트가 인기를 끌게 되었죠.”
서미트의 또 다른 강점은 바로 에프터 서비스다. AS로 세계인의 마음을 잡은 것. 해외시장에서 성공하기위해서는 빠르고 친절한 AS는 필수적이다. 또한 AS를 통해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곧바로 알 수 있고 제품 개발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서미트의 대부분 제품은 CE와 UL 마크를 가지고 있다. ‘CE마크’는 ‘Conformity to European’으로 지난 93년 유럽연합(EU) 시장이 단일화되면서 역내 기술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증제도다. EU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는 데 필수적인 인증서. 이 마크를 획득한 제품은 소비자의 안전과 건강, 위생, 환경보호와 관련된 유럽의 규격조건을 준수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UL마크'는 미국의 인증제도로 소비용품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운영하는 인증제도다. UL마크가 있는 제품은 전미주시장으로 판매될 수 있으며 연방정부의 조달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들은 UL인증 마크가 있는 제품을 우선 취급하고 있고 보험회사의 검사기관들도 손해보험 위험도 평가 시 이 마크의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그래서 서미트의 품질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사랑받는 서미트. 서미트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다.




글, 사진 _ 한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