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상탐방
(주)경화상사
미쓰도요 한국대리점으로 잘 알려져 있는 경화상사가 최근 신사옥으로 이전했다. 외부고객 뿐만 아니라 내부고객의 마음까지 측정하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밝히며 ‘뉴 경화시대’를 열고 있는 경화상사를 찾았다.
(주)경화상사 임현진 전무
측정전문기업으로 유명한 경화상사가 최근 신사옥을 짓고 이전을 완료했다. 창업 이래 고객만족경영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경화상사의 기업철학은 회사명에서부터 드러난다.
“경화상사란 이름은 ‘경사로울 경(慶), 화목할 화(和)’에서 뜻을 갖고 와 ‘경사롭게 서로 화목하자’란 의미를 가집니다. 저희가 매일 아침 읽는 문구가 있어요. ‘고객에게 감사하라, 고객을 편하게 하라’가 주요 내용입니다. 여기서 고객이란 거래처만 국한된 게 아니에요. 내부고객, 즉 직원도 고객이죠. 고객이 편해야 우리가 편하고 고객이 즐거워야 우리가 즐거워요. 직원이 만족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회사도 성장합니다. 아버지께서 늘 강조하시는 말씀입니다.”
경영총괄업무를 맡고 있는 임현진 전무는 직원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가 꿈이라고 말한다.
카페 못지않은 탕비실과 1층에 마련된 제품전시장
한 기업의 건물을 보면 그 기업의 철학을 알 수 있다. 경화상사 신사옥은 고객만족경영을 추구하는 기업답게 ‘고객의, 고객에 의한, 고객을 위한’ 공간이 빼곡하다.
“고객만족을 위해 소통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봅니다. 대화로 풀리지 않는 건 없죠. 물론 생각이 다를 수 있고,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어요. 오해로 비롯된 일도 있을 수 있고요. 그러나 직접 대면하여 소통한다면 문제해결 뿐만 아니라 중요한 정책을 만들 때도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요.”
건물 설계단계부터 공간 활용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동안 개인 공간 할애가 부족한 부분이 늘 아쉬웠다고.
“사장님께서는 한국에 빈 건물이 얼마나 많은데, 거기 들어가는 게 그분들 임대수익도 되고, 여러모로 낫다고 늘 말씀하셨어요. 그러다 직원이 늘고 창고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자체 건물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죠. 이전에는 서로 친근해질 수밖에 없는 공간이었어요. 주차공간도 부족했고요. 1인당 1평 이상의 공간을 두고자 여러 해 준비해서 어렵게 완성했습니다.”
경화상사는 각 지사 포함 45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신사옥은 300평 규모의 3층 건물로 1층은 제품전시장과 물류창고, 고객서비스센터, 2층은 사무공간, 회의실, 대강당, 3층은 직원들을 위한 북카페, 식당, 체육시설 등을 조성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탕비실과 북카페 냉장고에는 간식과 음료수가 빼곡하다. 직원 동호회나 학비지원, 가족수당 등 직원복지제도도 탄탄하다.
“사장님께서 늘 이렇게 사놓으세요. 직원들 행복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시니까요.”
(주)경화상사의 A/S실(왼쪽), 각종 보드게임과 탁구장, 샤워실을 갖춘 체력단련장(오른쪽)
경화상사의 역사는 19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희 경화상사는 할아버지로부터 내려온 기업입니다. 할아버지께서 서울에서 보따리 장사로 공구들을 수입하셨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당시 함께 동업하시던 분들은 청계천 등에 남아 뿌리내리셨고, 저흰 부산으로 이전했어요.”
경화상사가 부산으로 내려와 처음 터를 잡은 곳은 국제시장이었다. 거기서 성장을 거듭했다.
“아버지께서 회사로 들어오시면서 본격적인 업이 시작된 거 같아요. 당시 세 분이서 회사를 꾸리셨다는데, 아버지가 50년생이시니 이 일에 종사하신지도 벌써 50년이 다 되어가네요.”
당시 공구류 도입이 많이 되던 시기라 공구 뿐만 아니라 잡자재 등 다양한 물건을 취급했다. 1987년 법인으로 전환되면서 경영이 안정화됐다.
“사장님께서 정도경영을 지향하시는데 비해 경영상 여러 어려움들이 존재했죠. 법인전환하며 사업기반이 마련됐다고 봅니다. 기업이 성장하며 아이템도 점차 늘었고요. 지금 ERP(경영정보시스템)상 등록된 아이템은 2만가지 됩니다. 메이커는 250개 정도 되고요.”
1999년 국제시장시대를 접고 이곳 사상공업단지로 입주하면서 측정분야에 집중하게 됐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세계적인 브랜드 제품군 라인업을 확보하면서 고객들에게 경화상사만의 위상을 정립하게 된 계기가 됐다. 특히 8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브랜드 미쓰도요는 국내 측정 툴 분야에서 8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높은 인지도와 제품력을 자랑한다.
“미쓰도요만큼 일대일 대응이 가능한 메이커가 없어요. 저희가 취급하는 2만가지 제품 중 미쓰도요 제품만 60~70%입니다. 어디에 뭘 써야하는지 고객분들이 먼저 아세요. 저희들에겐 효자 브랜드라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덕분에 ‘경화=측정’이라 할 정도로 측정전문기업으로 성장해 왔고요. 단순 판매보다는 기술영업이 되어야 합니다. 고객의 신뢰확보를 위해 CS팀도 운영하고 있고요. 이슈가 생겼을 때 즉각 대응하거나 수리 등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존 공구산업에서 측정은 외면받던 시장이었다. 그동안은 제조와 가공라인이 우선시됐던 것.
“현대자동차 생산공장에 SQ심사(품질인증제도)가 생긴 게 전환점이 됐어요. 그동안 등한시 되던 측정, 품질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된 거죠. 제조 후 품질검사에서 이제는 종합솔루션 개념으로 가고 있어요. 공장자동화 생산라인에 시스템으로 도입돼 품질관리가 동시에 이뤄지는 거죠.”
최근 스마트팩토리가 확산되면서 측정 솔루션의 적용범위는 더욱 확장되고 있다. 제조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면서 통합적으로 관리할 뿐만 아니라 공장 자동화로 업그레이드, AI로 가기 위한 초기단계 구축 등 새로운 비즈니스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6년 전 독일 전시회에서 IoT(사물인터넷)를 처음 접했는데, 당시 충격은 잊을 수 없어요. 앞으로 다른 분야와 접목시키는 패키지 상품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조금씩 공부하며 방향을 잡으려고 합니다.”
경화상사는 독일, 스위스, 이태리 등 유럽과 일본 등에서 제품을 들여오고 있다. 앞으로 직수입이 아닌 부분도 협업체계를 구축하려고 시도 중이다.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예요. 기존 아이템들을 유지하고 있지만 새로운 시장과 융합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큰 프로젝트를 만들기보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다양한 시도, 협업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임현진 전무는 2013년 대학 졸업 후 입사해 이제 8년차를 맞았다. 지난해부터 자연스럽게 총괄업무를 맡고 있다.
“입사계획이 전혀 없었어요. 중국에 어학연수를 갔다가 대학졸업까지 마치게 됐죠. 그냥 직장인이 되려 했는데, 상황이 바뀌면서 합류하게 됐어요. 경영이라는 게 뭔가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매력이 있어요. 잘 해내야 한다는 중압감이나 부담감보다는 새로운 걸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데 재미와 흥미를 느끼고 있어요.”
임 전무는 현재 매년 5~10개 정도 신상품 런칭에서부터 자동화관련 종합솔루션 구축에 경영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또 사업장별 카카오채널을 오픈하거나 재밌는 유행어를 가미한 디엠을 발송하기도 하고, 사내 화장실 벽에 아이템 소개전단을 붙여놓는 등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관심의 문제라고 봅니다. 내부홍보를 먼저 해야 외부고객들에게 제대로 된 판매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생각의 출발은 사장님께로부터 배운 겁니다. 4~500명 되는 지인들께 종종 좋은 문구나 메시지를 담은 카카오톡을 보냅니다. 가족이든 친구든 거래처든, 어떤 사람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 자체가 참 대단하시죠. 배우고 싶은 부분이에요. 저 역시 고객과의 즐겁고 재밌는 관계를 위해 뭔가를 찾아낼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글·사진 _ 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