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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경남 진주 계양공구

  

부모님이 정성껏 가꾼 꽃봉오리
제가 활짝 피워냈죠 

 

경남 진주 계양공구 강호영 대표

  

 

 

부친 강명중 대표가 매장의 중심에서 운영할 때도 잘 나갔던 계양공구. 아버지로부터 바톤터치 받은 2세 강호영 대표가 운영하는 현재의 계양공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 변화의 모습을 들여다보자.

 

 

강호영 대표가 도입한 ESL전자가격표시기 시스템. 보기에 깔끔해 고객들도 만족해하고 표시된 가격 변동도 간단하다.

 

 

이미 이루어진 공구상… '혁신'아닌 '개화'


강호영 대표가 아버지 어머니의 매장에서 일을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 스물일곱 살 무렵. 대학 졸업 후 외국에서 인턴 생활 중 다리를 다친 것을 핑계로 삼아 전부터 함께 일하고자 했던 부모님의 가게로 내려왔다. 당시 계양공구는 전산 체계, 바코드 시스템 도입에 한창이던 시기다.
“벌써 10년 전에 바코드를 도입했던 거니까 빠르다면 빨랐다고 할 수 있죠. 저희는 매출의 90%가 방문 고객의 소매거든요. 그래서 부모님이 바코드화를 일찍 진행하셨어요. 프랜차이즈 점포처럼 누구에게든 균일한 단가로 판매해야 소비자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잖아요.”
매장의 모든 공구에 바코드를 붙이고 포스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들의 탄탄한 신뢰를 구축한 것. 그것은 부친 강명중 대표 주도 하에 3년이라는 긴 시간을 들여 갖춘 것이다. 또한 밝은 조명과 깔끔한 진열로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의 구매욕을 잡아 끈 것. 그것 역시도 부모님 세대 때 이미 이루어진 것이다.
“부모님이 운영하든 가게에서 제가 혁신을 꾀했다고 말하기는 힘들겠죠. 하지만 부모님께서 정성껏 가꿔 봉오리를 맺어 놓은 게 계양공구라면 저는 그 봉오리를 활짝 피워냈다고 보시면 돼요.”
공구상을 혁신한 것이 아니라 개화(開花)시킨 것이라 말하는 강호영 대표. 과연 그가 피워낸 꽃들이란 어떤 것일까?

 

 

방문 고객 위해 계양공구가 피운 꽃 :


① ESL전자가격표시 시스템
앞서 말한 것처럼 계양공구는 방문 고객 판매가 총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때문에 강 대표는 요즘 많이들 시도하고 있는 온라인 공구상 운영 생각도 접어 뒀다. 오프라인 매장 방문 소비자들에게 최선을 다하자는 이유에서다. 
방문 고객을 위한 진심이 느껴지고 다른 매장에서는 본 적 없는 계양공구만의 특징, 첫 번째는 바로 ESL전자가격표시기 시스템이다. ESL전자가격표시 시스템이란 상품 진열대의 가격표를 디지털화한 것으로, 컴퓨터에서 변동 가격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가격표에 적힌 가격이 변동된다. 이마트 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도 아니고 이런 가격표를 공구상에서 볼 수 있을 줄이야.
“제가 처음 아버지 매장에 왔을 때, 가격이 변할 때마다 가격표를 새로 바꾸는 게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전자가격표를 도입하려 했는데 그때는 너무 비쌌어요. 당시에 시스템 갖추는 데 3억 원 정도? 그런데 요즘은 가격이 내려서 작년에 도입했습니다. 깔끔하고 정확하니까 고객들도 만족해하고 또 저희 직원들도 편해졌죠.”

 

이렇게 스티커를 제작해 고객이 구입해 가는 공구에 붙인다. 사후관리를 보증한다는 증명서다.

 

② 사후관리보장 스티커와 현금인출기
계양공구는 공구 판매뿐만 아니라 임대도 전문으로 하고 있다. 공구를 임대하는 데 기본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수리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 계양공구에는 아버지 강명중 대표 시절부터 함께한 A/S전문 직원들이 여럿이다. 덕분에 건설공구 등 각종 공구 수리 잘하기로 전국에 소문이 났다. 그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아들 강호영 대표는 구입해 가는 고객들의 공구에 구입 날짜와 고객의 이름이 담긴 스티커를 붙여주고 있다.
“새 제품을 판매했을 때 책임지고 사후관리를 해 드리겠다는 마음을 담아서 고객의 이름과 판매 날짜까지 담은 스티커를 붙여드리고 있습니다. ‘판매한 공구 저희가 책임지겠습니다’ 하는 보증서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또 매장 한켠에는 현금인출기가 보인다. 이 역시도 다른 공구상에서는 본 적 없다.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 중 일당이나 식대를 현금으로 지급받는 현장 고객들이 많아 그들의 계좌이체 등을 돕기 위해 설치했다. 마찬가지로 고객의 편의를 먼저 생각한 것이다.

 

매장 한켠의 현금인출기. 바빠 은행을 들르지 못하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갖추었다.

 

③ 색다른 커피자판기와 무선 바코드리더
놀랄 만한 것은 또 있다. 에스프레소부터 카푸치노 카페모카 그리고 핫초코까지 무려 8가지 종류의 커피·음료가 나오는 커피자판기가 그것. 냉온수기와 믹스커피보다 확실히 고급져 보인다. 
“저희가 소비자분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자판기만 봐도 알 수 있을 거예요. 저희 가게에 온 손님은 커피믹스 뿐 아니라 자신이 마시고 싶은 종류의 커피를 마실 수 있습니다. 저희 가게 커피 맛있다고 커피 드시러 오는 분들도 있어요.”
계산대 위에서는 무선 바코드리더기 여러 대가 눈에 들어온다. 이 역시도 고객 편의를 위해 들여놓은 것. 무거운 공구를 계산대 위로 들어올릴 필요도 없고 또 매장 깊숙한 곳에서 고객이 공구에 대한 정보를 물을 때도 선이 없는 바코드리더기를 들고 가 찍어만 주면 끝이다. 전선이 연결된 전동드릴이 아닌 충전 전동드릴을 사용하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고객도 편하고 직원들도 편하다.
피어난 꽃들이 나비와 꿀벌들을 불러 모으듯, 오늘도 계양공구 매장엔 손님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카푸치노부터 카페모카까지 여덟 종류의 커피를 뽑아 마실 수 있는 커피자판기와 무선 바코드리더기.

 

2세 공구인들에게 하고픈 말


다른 공구상들에서는 보기 힘든 이 많은 꽃들은 2세 강호영 대표가 주도적으로 피워냈다. 하지만 강 대표는 다른 2세 공구인들에게 아버지를 설득하지 못할 때는 미루는 것이 좋다 말한다.
“젊은 2세 공구인들은 분명 도전의식도 높고 공구상을 혁신하고자 하는 마음도 클 거예요. 하지만 부모님이 지금까지 꾸려 온 연륜은 결코 무시할 수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과 의견을 조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말릴 땐 이유가 있고 충분한 설득이 안 될 때는 한 단계 미루는 것이 낫다고 말하고 싶어요.”

자기가 가진 제한된 조건으로 최고의 미래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강호영 대표. 부모님이 탄탄하게 다져 둔 계양공구라는 공구상을 기반으로 그가 만들어갈 미래를 기대해도 좋겠다.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