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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전남 곡성 전진철물공구

 

“대형화가 곧 마케팅”
공구상의 ‘타운화’를 꿈꾼다

 

전남 곡성 전진철물공구백화점 정찬명 대표

 

도심 외곽에 위치한 공구상은 경쟁력이 떨어질까? 천만의 말씀. 각 지역으로 연결되는 길목에 대형 매장으로 자리 잡는다면 경쟁력은 오히려 훨씬 크다. 인근 지역민만이 아닌 더 넓은 범위의 고객들을 끌어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호남지역 정중앙에 위치한 전진철물공구


전진철물공구백화점이 자리잡고 있는 전라남도 곡성군 옥과면. 이 옥과면이라는 지역은 상당히 특수한 지역이다. 전북 순창, 남원을 비롯해 전남 담양, 화순 그리고 곡성까지 이렇게 다섯 개 지역의 딱 중앙에 위치해 있다. 게다가 호남고속도로 인터체인지 바로 옆이며 광주광역시까지 차로 1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그야말로 교통의 요지가 바로 이 옥과면. 광주에서 30여년 공구상을 운영하다 지난 2017년, 이곳 곡성군 옥과면에 대지면적 1500평, 건축면적 150평 3층 규모의 대형 공구상을 지어 확장 이전한 전진철물 1세대 정차주 대표도 옥과면의 바로 그 지역적 특성을 보고 이전할 자리를 선택한 것.
대형공구상은 도심이나 지역의 중심지가 아닌 교통의 요지에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 인근 지역민만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범위의 고객들을 판매 대상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좌측부터) 정찬명 대표의 모친 조정자 사모, 부친 정차주 창업주, 정찬명 대표

 

유니클로에서의 꿈과 열정을 공구상으로


정차주 대표의 매장 운영을 물려받아 지금 전진철물 대표를 맡고 있는 2세대 정찬명 대표는 2018년, 아버지 매장으로 오기 전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에서 근무했다. 그것도 일반 직원으로서가 아니라 점장으로. 스태프로 유니클로에 입사해 최연소, 최단기 경력 점장 승진으로 승승장구하던 정찬명 대표는 아버지의 매장으로 오기 전, 사실 고민이 많았다.


“유니클로 대구 감삼점에서 점장으로 일했어요. 그러다 성격이 완전히 다른 공구상으로 오려니 고민이 컸을 수밖에요. 회사에서도 만류가 많았고요.”


고민에도 불구하고 결국 공구상으로 오게 된 이유는 지금껏 해 왔던 분야와 전혀 다른 공구상이란 도전을 통해 성과와 성장을 이루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유니클로 점장시기 영업이익 1,359%성장 인터뷰

 

대형매장이 곧 마케팅… 1순위로 떠올려


옥과면은 인구 4,000명의 면단위 작은 시골마을이고 소농위주 농사지역이다. 하지만 축산업이 발달했고 가까운 광주광역시의 위성도시 느낌으로 전원주택이나 세컨드하우스를 짓는 사람들이 많다. 또 바로 인근에 금호타이어 공장도 위치해 있다. 이런 지역적 특성을 바탕으로 현재 전진철물공구는 교통의 중심지인 옥과면에서 넓은 부지를 활용한 공격적인 대형화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옥과면 인근에는 전진철물공구 포함 공구상이 세 곳. 그 가운데 매장 크기는 전진철물이 단연 1등이다. 지역의 거점 철물점인 것. 덕분에 지역 고객들은 철물공구 구입에 전진철물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저희는 마케팅에 큰돈을 쓰지 않아요. 대형 매장이라는 점이 곧 마케팅이거든요. 큰 매장으로 소문이 자연스럽게 다 나고. 저희 매장을 떠올렸을 때 ‘거기 가면 다 해결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시고요, 그게 곧 마케팅이죠.”


게다가 인건비와 물류비가 상당히 상승한 요즘 같은 시대에는 대도시인 광주광역시까지 가는 거리와 시간을 따져 봤을 때 가까운 전진철물에 먼저 전화를 걸어 찾는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위치+면적+고객 편의 삼박자 갖춘 매장


연중무휴로 매장을 운영하는 것 역시 고객들이 전진철물공구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저희는 일요일에도 정오까지 영업을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광주에서도 일요일처럼 다른 매장 문 닫는 날에 저희 매장까지 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3층 구조로 이루어진 전진철물공구 매장은 높은 층고와 함께 중앙이 탁 트여 있어 개방감이 느껴진다. 1층 진열대에는 고객의 상품 주목도가 높은 ‘골든스페이스’를 조성하여 계절과 시기에 따라 적절한 공구들을 순환배치 중이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공구를 구입했을 때 연관된 다른 공구들을 근처에 진열하여 ‘세트 판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 역시 공구 진열의 포인트. 정찬명 대표는 ‘매상은 곧 객수×객단가(한 사람이 구입하는 단가)’라며 객수를 어떻게 늘리고 또 객단가를 어떻게 올릴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한다고 한다. 그것 역시 유니클로 점장으로 일할 때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로 선발되어 유니클로 야나이 타다시 대표를 만난 정찬명 대표(중앙 상단)


“옷가게와는 달리 공구는 구매 목적이 특수하거든요. 때문에 다양한 라인업과 다수의 상품 보유량이 필수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상품을 많이 들여놓기 위해서 매입 단가를 낮추고 재고를 둘 공간이 필요한데, 그런 점에서 대형화가 필요한 거죠.”


전진철물의 가장 큰 경쟁력을 묻자 ‘고객의 원스톱 쇼핑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품목’이라 대답하는 대표. 교통의 요지라는 위치와 3층 규모 넓은 면적, 거기에 원스톱 쇼핑 가능한 고객 편의까지 전진철물공구는 그야말로 판매의 삼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다.

 

 

구매부터 상담, 업체 연결까지… 타운화 꿈꿔


정찬명 대표는 넓은 매장 면적이 곧 마케팅이라 했지만 어디 그것뿐일까. 매장을 찾은 고객이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대표의 예의바른 고객 응대 역시 전진철물이 고객을 불러들이는 이유일 것이다.


“지금 매장에 나오는 방송이 라디오 교통방송이거든요. 항상 틀어둬요. 그런데 한 고객께서 저희 매장 사연을 라디오에 보내주신 거예요. 옥과IC근처 초대형 공구상이라고요. 생각지도 못했는데 라디오에서 저희 매장 이름이 들리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정 대표가 꿈꾸고 있는 매장의 모습은 지역 대표 공구상을 넘어선다. 매장에 오면 하루가 다 지나가버릴 만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구상, 공구상의 ‘타운화’를 꿈꾼다. 고객이 매장에 와서 인테리어 방법이나 공구 사용을 상담받고 건축이나 인테리어 방향 등의 구상도 이곳에서 끝내고 필요한 공구까지 직접 구입할 수 있는 매장. 그것이 바로 대표가 말하는 공구상의 타운화다.

 

매일 작성하는 점포체크 리스트. 날씨나 그날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 보충해야 하는 것들 등을 적는다. 적힌 것들은 그날 다 끝내고 폐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원주택이나 세컨드하우스를 짓는 고객분들이 저희한테 물어보거든요. 이런 건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또는 고쳐줄 수 있는지요. 그러면 저는 중간에서 인테리어 업자 분들을 소개시켜 주는 거예요. 그러면 고객 만족도 되고 업자분들도 좋고 저희는 물건 팔고. 서로서로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광주 쪽으로 갈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중간 옥과IC에서 내려와 전진철물공구
백화점에 꼭 한번 들러 보자. 매장 바로 앞, 남도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한우전문점에서 육회비빔밥도 한 그릇 즐기고.

 

글·사진 _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