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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탐방

경북 영덕 럭키종합건재상사

 

여성사장과 직원이 
똘똘 뭉친 최고의 케미

 

경북 영덕 럭키종합건재상사 이순주 대표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아 5평 컨테이너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3,500평 대형매장의 꿈을 이뤘다. 경북 영덕이라는 소도시에서 이렇듯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은 거래처엔 꼼꼼함으로, 직원에겐 의리 하나를 지킨 덕분이라고 한다.

 

좌측부터 김병권 부장, 이순주 대표, 정수진 실장
 

배관 및 농자재 전문 상사로 입지 다져


파이프는 재료(주철, 스틸, PVC 등)와 규격이 다양해 그 종류만 수 만 가지가 된다. 주택을 건설할 때 주방 화장실 등 생활하수를 연결하는 작은 관부터, 공업용수, 하수 및 폐수 처리를 위한 거대 파이프까지 용도에 따라, 거리에 따라 무한한 경우의 수로 연결부품과 함께 조립이 가능하다. 따라서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 바로 배관자재다. 경북 영덕 럭키종합건재상사는 이순주 대표의 어머니 강화자 창업주에 의해 1997년 배관 및 농자재 전문 건재사로 문을 열었다. 당시 대구에서 자재상을 하던 지인의 조언과 더불어, 영덕에는 전문 자재상이 드물었기 때문에 지역에서 경쟁력을 지닌 업체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혼자서 일하기 힘드신 어머니를 도와드리던 이 대표는 30대에 접어들던 2012년, 럭키종합건재상사를 이어받아 본격적으로 경영을 맡아왔다. 파이프 구매로 방문한 손님이 공구를 함께 찾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 대표는 향후 매출 증대에 공구가 메리트 있겠다고 판단해 점차 구색을 늘렸다. 


“3×6m 컨테이너 하나로 시작하신 가게였어요. 저도 거기서 장사해오다가, 물건이 계속 늘어나다보니 답답함을 느껴 이전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죠.”

 

 

6개월 전국 돌며 잘되는 공구상에게 배워


이 대표는 2022년, 두 번째 확장 이전으로 영덕군내 삼성스토어가 떠난 자리에 1,200평의 공구 매장으로 바꾸는 통 큰 결정을 했다. 거대한 파이프 재고를 보관하기 위해서는 매장과 떨어진 곳에 2,300평 규모의 창고를 별도로 뒀다. 이때 전국 유명 공구상의 인테리어와 경영방식을 직접 찾아다니며 배우고 적용했다.


“6개월 동안 틈날 때마다 서울의 에이스하드웨어부터 대전 번영테크툴까지 다 찾아다녔습니다. 경영 잘 하는 업체의 디스플레이, 판매방식, 장부까지 양해를 구하고 살펴보면서 도움을 많이 얻었어요.”
파이프 부속품 무게에 끄떡없도록 내구성을 높인 철재 진열장은 답사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였다. 또한 공구걸이를 활용해 품목별로 일렬 정리해둬 재고가 줄었을 때 바로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서랍장은 각 칸마다 부품 규격을 크고 깔끔한 글씨로 프린트해 누구나 찾기 쉽도록 부착했다. 이 외에도 매장과 창고를 관리하기 위해 CCTV 40여 대를 설치하고 실시간으로 카메라 위치를 돌려가며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전산 프로그램은 여러 업체에 상담 후 한 달씩 써보고 비교해 선정했다. 고객이 방문하고 싶게 만들려면 청결함도 필수. 매장은 먼지 하나 없도록 늘 쓸고 닦았다.

 

 

대표와 실장은 최고의 케미, 믿고 따르는 직원들


럭키종합건재상사의 키맨 정수진 실장은 판매와 매입 등 핵심 운영을 6년째 담당하고 있다. 이 대표와는 영덕에서 학창시절 선후배로 오랜 연이 이어져 함께 일하게 됐다. 매장이 점점 커지며 직원이 필요했던 이 대표는 정 실장의 꼼꼼한 성격이 공구상 운영에 딱일 것 같아 스카우트 했다고. 둘은 서로의 성격을 잘 알기에 눈만 마주쳐도 척척 알아듣는 최고의 케미를 자랑한다.

 

“저는 말을 별로 안 해요. 알아서 눈치껏 하자는 주의거든요. 실장님은 제가 뭘 쳐다보고 있기만 해도 무슨 생각 하는지 알고 치우거나 가져오거나, 바로 해결해 주세요. 기가 막히죠.”

 


다른 직원들이 퇴근해도 이 대표와 정 실장은 함께 남아 어떤 물건이 잘 팔릴까, 어떻게 진열해볼까 찾아보는 등 일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가득하다. 다만 젊은 여성들이 주로 매장을 운영하면서, 현장 노동자들의 거친 언행과 편견으로 인한 무시를 받을 때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결코 굴하지 않고 전문성과 당당함으로 직원들에게 든든한 기둥이 되어준다. 직원을 먼저 생각하기에 직원들은 사장을 믿고 따를 수 있다.


“손님에게 웬만하면 다 맞춰드리지만 아닌 건 확실히 아니라고 해야 합니다. 막말로 야, 자, 하면서 직원 하대하는 손님한테는 끌려가지 말고, 똑같이 대해주라고 직원들에게 항상 얘기해요. 직원들은 정당하게 출근하는 직장인이고, 한 집안의 가장이기도 하잖아요. 막 대하는 손님은 돌려보내고, 못하겠으면 저한테 데려오라고 합니다. 내 직원 함부로 못 대한다고요.”

 

 

럭키종합건재상사가 성장하는 이유 3가지


불경기에도 매년 성장을 거듭하는 럭키종합건재상사. 그 배경에는 발로 뛰는 영업,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매입과 판매, 정직하게 고객을 대하는 마음이 있었다.

 

1. ‘집, 차 빼고 말만 하이소!’ 어떤 주문이든 OK

고객이 이용하기 편하도록 해준다. 공사 소식이 들리면 누구보다 빠르게 현장 소장에게 쫓아가 공구 카탈로그를 전달하며 ‘우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는 인사를 한다. 고객이 원하는 물건은 취급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알아보고 공급해주면서 다시 오는 고객으로 만든다.

 

2. 꼼꼼한 상품선정, 사용자 피드백 꼭 받아

꼼꼼해야 잘 팔리는 물건을 안다. 평소 상품정보를 많이 찾아보고, 현장에서 사용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배운다. 괜찮은 신상품을 발견하면 잘 쓸 만한 고객에게 샘플을 무료로 제공하고 사용 후 피드백을 받는다. ‘진짜 좋다’는 후기들이 들어오면 그때 매입한다. 한 가지 상품을 매입할 때도 여러 업체의 할인 가격을 비교해본다. 이런 과정 없이 매입하면 악성재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3. 의리와 신뢰, 손님과 오고가는 정

이 대표는 어머니로부터 장사에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 배웠다. 가격 속이지 않고, 꾸준히 의리를 지키며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는 영업은 고객에게 신뢰를 준다. 그래서인지 손님들도 매장을 동네 사랑방처럼 생각한다. 직접 농사지은 과일, 음료수, 커피 등을 가져오며 두 손 가득 정을 나눈다.

 

 

회사 성장이 곧 ‘나의 성장’… 20호점 설립 목표


럭키종합건재상사의 작년 연매출은 이 대표가 경영을 시작한 이래로 10배 이상 올랐다. 특히 지금껏 한 번도 성장을 멈춘 적 없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남들은 어렵다고 할 때, 새로운 방법을 찾고 끊임없이 ‘할 수 있다’는 다짐을 거듭하며 발전시켜왔다. 이 대표의 다음 스텝은 ‘럭키’라는 브랜드를 걸고 전국에 20호점을 설립하는 것. 이름만 들어도 믿고 찾아갈 수 있는 매장으로 넓혀가겠다는 목표다. 이 목표가 있는 한 럭키종합건재상사는 끊임없이 성장할 것이다.


“럭키종합건재상사가 곧 제 자신이에요. 저를 하나하나 가꾸는 마음으로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조만간 첫 지점을 열 계획이 있어요. 그동안 열심히 한만큼 결과가 따라줘서 다행스럽고,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잘할 테니 지켜봐주세요.”

 

글·사진 _ 장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