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세계 경제 전망
지금 세계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우려 속에 공구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라면 유가와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상승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부터 각국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사상 초유의 자금이 시중에 풀려나갔고, 지금도 계속 재정확대 정책을 유지하면서 자금을 살포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유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고, 철광석, 구리, 알루미늄 등의 원자재 가격은 이미 하늘을 뚫고 올라갔다가 일부 조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13일 뉴욕상업거래소 선물시장에서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 가격이 전 거래일보다 1배럴당 0.8% 상승한 74.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18년 10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 5월 몇몇 금융기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시대를 재현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현실화 되고 있는 분위기다. 반면 그동안 세계 경기회복과 중국 등 주요국 제조업 가동률 향상,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로 급등세를 보여 온 원자재 가격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가격통제, 주요국의 재정확대 정책, 강한 달러 현상 등으로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추세다. 지난 13일 8월물 구리 선물가격은 파운드(0.45kg)당 4.305달러를 기록해 올해 최고점이었던 6월 11일(4.762달러) 대비 약 10.9%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난해 대비 2배 가까이 오른 상태이고 등락을 거듭하고 있어 섣부른 예측은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현 상황에서는 더 올라갈 수 밖에 없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의 법칙을 벗어날 수 없는 것 같다.
알루미늄 가격은 런던상품거래소 6월말 기준 톤(ton)당 2,485.85달러로 올해 들어 20% 이상 뛰었다. 최근 각국 제련소들이 정상 작동하면서 5월 세계 알루미늄 생산량이 전년 동기대비 6% 늘어나고 달러가치가 상승하면서 5월초 2,540.5달러 대비해서는 조금 하락한 상태다. 그러나 전세계 생산과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환경규제 영향으로 생산증대에 제동이 걸린 상태에서, 이미 늘어난 글로벌 수요를 충족하기에 급급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고공행진을 하는 알루미늄 가격이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알루미늄 공급을 늘릴 획기적인 광산이 추가로 개발되지 않는 한 지금 수준의 고가격을 유지하거나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용 공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철광석 가격은 이미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뛰어 공구를 비롯해 기계류, 건축용 자재류 등의 가격을 요동치게 했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을 필두로 미국 등 주요국들의 제조업 가동률 향상에 따른 수요의 급격한 증대이다. 여기에 품귀현상에 따른 중국 유통의 매점매석도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철강 수요는 지난해 대비 5.8%P 오른 18억7,420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경기 회복 추세에 따라 철강 수요는 많아지고 있으나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급등이후 잠시 조정세를 보이고 있는 철광석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탈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철광석 생산의 70%를 책임지고 있는 브라질의 발레, 호주의 리오린토 등 주요 광산업체들이 코로나의 여파로 채굴량을 줄인 이후 아직 완전한 정상화를 못하고 있다. 철광석 시세가 올라간다고 당장 채굴량을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수요와 공급의 균형은 불균형 상황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또 중국 정부가 환경오염을 이유로 철광석 생산량을 줄이는 것도 철광석 가격안정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결국 당분간은 산업용 공구 등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국제 유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JP모건은 올해 연말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74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7월 중순에 WTI 선물이 배럴당 74.07불을 기록했다. 연말 예상을 상반기에 이미 넘어서 버린 것이다. 이렇게 나가면 어디까지 갈지 예측이 더 힘들어진다. 일부 기관들은 배럴당 100불대를 예상한다. 이대로 가면 하반기 물가도 많이 오를 것이다. 우리 생필품 등에서 운송, 생산, 원재료 모든 분야에서 원유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없으니 피하기 힘들 것이다. 물론 산업용 공구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일반 산업용품부터 시작해 플라스틱이나 나프타 등을 재료로 하는 품목들이 대부분이니 유가의 향방에 따라 산업용 공구가격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유가폭등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수요와 공급의 문제가 가장 크다. 중동의 정세불안과 OPEC의 감산, 그리고 중국의 제조생산성 활황 등이 가장 큰 이유이다. 다만 중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의 제조생산지수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어 수요증대가 제한적이고 ‘100불대는 아닐 것이다’라고 점치는 쪽이 많기는 하다. 어떤 경우라도 고유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고유가 시대의 가격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뻔히 알면서도 주저하는 사이에 기회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최근 희토류의 가격동향도 심상치 않다.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희토류의 가격이 최근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전기자동차, 다양한 로봇산업이 발달하면서 배터리 등에 필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희토류의 수요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반면 희토류의 가공은 환경오염과 유해성 문제로 많은 나라에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희토류의 생산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희토류는 중국이 매장량(4400만t)과 생산량(연간 14만t)에서 세계 1위다. 희토류 150만t이 매장된 미국도 연간 희토류 3만8000t을 생산하지만, 전량 중국으로 보낸 후 제련해 재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희토류는 채굴된 광석을 가공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환경오염과 인체 유해성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4차산업의 활성화와 함께 중요도가 높아진 희토류의 생산과 가공을 자국에서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어 희토류의 가격은 최근의 급등 이후에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나 호주 등 주요 생산국들이 채굴량을 늘리고 자국의 가공 시설을 확충하는 등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어 늘어나는 수요만큼 생산량도 따라가 가격급등만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철광석을 비롯해 주요 원자재의 급등세는 잠시 멈추었지만 전년가격 수준으로 내려갈 요인은 많지 않다.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것인데 반해 공급은 채굴량 감소, 환경규제, 매점매석 등 여러 요인으로 현재가격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불안한 모습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지난 5월 정점을 찍었던 원자재 가격이 아직 우리에게 완전히 반영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은 선물거래로 이루어지며, 5월 정점을 찍은 선물가격은 6월이나 7월물 인도 가격으로 이제 공급시장에 반영이 되고 있으며, 이것이 원자재 딜러들과 부품생산업체로 넘어오는 데는 평균 3~4개월이 소요된다. 여기에서 최종 제조업체와 수입업체까지 가격인상의 여파가 전달되는데 추가로 3~4개월이 소요되어 최종 산업용 공구의 공급가격은 12월이나 내년 1분기에 정점을 찍게 될 것이다. 여기에 원자재가격이 다시 상승을 한다면 이 시기는 더 길어질 것이다.
유가는 아직 정점을 찍지 않은 모양이다. 그동안 유가상승을 견제해온 세일오일과 세일가스의 생산이 제대로 정상화를 하지 못하고 있고, 중동의 정세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한 지금보다 더 오를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플라스틱이나 합성수지 등의 가격이 지금부터 시작하여 내년까지 지속적으로 우리를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사람은 확실한 예측이라도 닥치기 전까지는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막상 상황이 닥치면 후회하고 허둥대게 된다. 코로나로 인하여 급변한 원자재 수급 시장을 예의 주시하며 선제적으로 대응을 해서 나중에 웃을 수 있는 여러분들의 환한 모습을 그려본다.
글 _ 신진욱 크레텍 전무 / 진행 _ 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