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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작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먼지, 바람, 유해광선으로부터 우리의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안경 착용이 필수이다. 오늘날 보안경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 그 변천사를 살펴보자.
미국 앨라배마 출신의 흑인 발명가, 파웰 존슨(Powell Johnson)은 1880년 보안경으로 특허를 인정받았다. 존슨의 보안경은 두 개의 원형 프레임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사이로 반투명한 천이 덧대어져 빛의 밝기와 강도를 줄일 수 있었다. 존슨은 용광로 작업자, 철광 작업자, 소방관 등 강한 빛에 자주 노출되어 시력이 약해지는 사람들을 위해 보안경을 제작하였다. 덕분에 매우 강한 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할 수 있었고 열기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으나, 외부 충격이나 물체로부터 안구를 보호하지는 못했다.
1903년 프랑스의 과학자이자 화가였던 에두아르 베네딕투스(Edouard Benedictus)의 작업실에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왔다. 고양이는 작업실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녔고 선반 위에 있던 유리 플라스크들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그런데 베네딕투스는 그 속에서 깨지지 않고 멀쩡한 플라스크 하나를 발견하게 되고, 그것이 안에 들어있던 셀룰로이드 용액에 의해 코팅되어 강화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에 그는 셀룰로이드를 이용한 안전유리 연구를 시작했고 1911년 최초의 안전유리, ‘트리플렉스’를 발명하게 된다. 이 안전유리는 훗날 자동차 앞 유리와 보안경에 적용되며 튼튼한 내구성을 더하였다.
미국에서 ‘최초의 광학 교사’라고 불렸던 줄리어스 킹(Julius King)은 산업 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섬광에 의해 심각한 눈 부상을 입을 것을 우려하였고, 1909년 AO(American Optical)사와 협력하여 보안경 ‘SANIGLAS’를 제작하였다. ‘SANIGLAS’는 열강화 유리 렌즈와 충격 저항 기능이 탑재된 최초의 모델로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보안경의 시초가 되었다. 1914년에는 시력이 좋지 못한 노동자를 위해 기존 보안경에 교정 렌즈까지 삽입하며 기능성의 수준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였다.
1차 세계대전 이후 근로자 보호법이 생겨남에 따라 용접공, 기계공, 채석장 노동자 등을 위한 산업용 보안경이 인기를 끌었고, 보안경 회사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러 변화를 시도해야 했다. 예를 들어 시카고 보안경 회사(Chicago Eye Shield Company, CESCO)에서는 소비자 수요에 따라 다양한 크기의 보안경을 제작하였고, 각 산업 환경에 적합한 맞춤형 모델도 새롭게 출시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근로자 보호법으로 부담이 커진 고용주를 겨냥하여 잡지 광고를 싣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입지를 다졌다.
보안경을 포함한 눈 및 얼굴 보호 장치의 안정성을 보증하기 위하여 1968년 미국 국가표준 협회(American National Standards Institute, ANSI)에서는 ANSI Z87.1을 제시하며 다음과 같은 기준을 명시하였다.
① 충격 저항성 : 보호 장치가 외부 충격이나 마모를 견딜 수 있는가
② 광학 선명도 : 보호 장치가 왜곡 없이 선명한 시야를 제공할 수 있는가
③ 내구성 : 보호 장치가 자외선, 적외선, 화학 물질 등 외부 위험을 방어할 수 있는가
④ 표기 : 보호 장치의 사양 및 제한 사항을 정확히 전달하고 있는가
ANSI Z87.1의 가장 최신 버전은 2020년에 나왔으며, 표준에 기재된 요구사항은 기준이 만들어진 이래로 꾸준히 개정되고 있다.
보안경은 용도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차광 보안경 : 자외선 및 적외선 혹은 유해광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보안경. 주로 유리 혹은 플라스틱 재질의 렌즈를 사용한다.
방진 보안경 : 미분, 액체, 약품 등 비산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보안경. 차광 보안경과 마찬가지로 유리와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고 필요에 따라 렌즈에 도수를 넣기도 한다.
글 _ 권재영 / 자료참고 _ SafeVision, 산업안전대사전 등